서울 가리봉동에서 나이트클럽 DJ으로 활동하다 80년대 중반 최성수 양수경 조덕배 등의 음반을 연이어 제작하며 입지를 굳히는가 싶더니, 92년 돌연 임파선 암을 선고받아 한동안 시한부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몇 년 후 기적처럼 병을 고쳤고, 90년대 중반부터 재기해 지금까지 히트 행진을 벌이고 있다. 98년에는 소속 가수였던 양수경과 결혼해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암 선고 받고 집에 누워있을 때 다짐한 게 있어요. 다시 살 수 있다면 이전처럼 ‘무대포’ 식으로 일하지 않겠다고 말이죠. ‘치고 빠지기’가 판치던 이 업계도 분명 기업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예당엔터인먼트는 그의 ‘다짐’대로 ‘가내 수공업형’에서 ‘기업형’으로 발빠르게 체질개선을 하고 있다.
지난해 260억여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올해 초 코스닥 등록한 이 회사의 임직원은 30명으로 단촐하다. 대신에 팬기획 양군기획 DO기획 등 중소규모 기획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이들 소속 가수들의 음반을 큰 틀에서 기획하고 유통을 대행하고 있다. 지누션 원타임 디베이스 등이 이런 방식으로 활동 중이다.
“본부의 몸집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시장 수요에 맞춰 기민하게 대처하자는 전략입니다. ‘히트 앤 런’이라는 업계 특성을 시대에 맞게 변화시킨 거죠.”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은 코스닥 등록 이후에도 “변수가 많아 기업으로서 투자 가치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 게 사실. 이에 대해 변 사장은 “가장 큰 딜레마”라고 인정했다.
“증권가에서 일반 제조업체를 분석할 때 사용하던 잣대를 그대로 들이대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할리우드도 몇 년 후에나 수익 내역을 공개할 수 있을 정도로 쇼비즈 업계는 아직 공식화된 수익 모델이 없습니다. 그렇다 해도 투자자들에게는 최소한 추정치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면서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가야 할 것 같아요.”
점차 추억의 가수로 잊혀져 가는 아내 양수경의 신보를 제작한다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변 사장은 “아직 노래를 잘 하긴 한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