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출장을 간 회사원 C씨(28). 공항에서 나오는 순간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던 일제 자동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주차장만 보고 있으면 일본으로 출장을 온 게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 몇몇 차량은 차체에 적힌 일본 글자를 그대로 둔 채 운행을 하고 있었다.
궁금한 나머지 통역을 위해 마중 나온 고려인 이모씨(31)에게 물었다.
“일본차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죠?”
“일본차들이 성능이 좋아요. 이곳 운행 방식과 맞게 운전석도 오른쪽에 있잖아요. 그래서 2∼3년 정도 지난 중고차들을 많이 수입한다고 들었어요.”
“한국차는 없나요.”
“연해주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요. 비포장 도로가 많거든요. 타본 사람들이 말하길 한국차들은 서스펜션이 좋지 않대요. 중고 버스만 조금씩 수입을 하고 있어요.”
일본차에 올라탄 뒤 공항을 빠져나올 무렵. C씨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때마침 한국 산 중고 시내버스가 지나가고 있었던 것. 버스는 ‘부산 영도다리’라는 행선지가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채 운행되고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