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조정, 정리 해고, 인수 합병, 전략적 제휴, 사업 매각 등 최근 우리 기업들은 유례 없이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변화를 일으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일단 변화가 시작되면 굉장히 고통스럽고 복잡하며,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실제 많은 경영자들은 이러한 변화의 진통 때문에 아예 변화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 특히 변화는 조직 구성원들의 신념이나 행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변화에 따른 인간적, 감정적 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할 경우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은 변화와 관련된 사람과 조직의 감정적, 행동적 측면을 주요 주제로 다루고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체인지 몬스터’는 중요한 변화가 시도될 때마다 나타나는 복잡한 인간 감정과 조직 관계 속의 역학을 표현한 상징 개념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변화는 합리적인 예측과 관리가 가능한 5단계의 변화 곡선에 따라 진행된다. 경영자들은 침체기, 준비기, 실행기, 결정기, 결실기로 이어지는 각 단계마다 서로 다른 모습의 체인지 몬스터와 마주치게 된다.
우선 변화 전 침체기 기업은 대개 우울증이나 과활동증에 빠져 있다. 우울증에 빠진 기업은 권태감 속에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여기 저기를 방황한다. 아무도 위기 의식을 못 느끼는 것은 물론이다. 반면 과활동증 기업은 정신 없이 분주한 활동을 펼치지만 성과는 초라하다. 오랫동안 시행해 온 제품과 시장, 경영 관행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침체기 탈출을 위해 누군가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단 조직 내부에서 변화가 추진되면 준비기와 실행기를 거치게 되는데 이때부터 걱정과 불안, 냉소와 불신이라는 체인지 몬스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단계의 가장 보편적인 실패 원인은 중간관리자들의 나태함보다는 리더들의 일관성 결여인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경영자들이 먼저 비전과 전략에 대한 확고한 태도와 의지를 보여주어야 하며, 직원들은 이러한 비전을 구체화하고 상세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한가지 유의할 점은 구체적인 계획만으로 변화가 실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본격적인 실행에 앞서 한 개 이상의 실험 프로젝트를 통해 준비된 프로그램을 충분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검증 후에는 성공 프로젝트를 복제하면서 변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끝으로 기업은 변화 프로그램 추진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기를 맞이한다. 이 단계에서는 조직 구성원들이 일부 프로젝트의 성공에 안주하거나 혹은 변화에 피로를 느끼기 시작한다. 또다시 조직 내 무력감이나 냉소주의가 확산되면서 그동안 추진된 변화에서 퇴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결국 경영자들이 이 과정에서 어떻게 변화의 에너지를 유지하면서 직원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느냐에 따라 변화의 최종 성과가 결정될 것이다.
이미 변화를 겪고 있거나 무엇인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경영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이동현(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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