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괘도는 조선총독부 학무국이 기획하고 일본의 미에(三重)출판사 부산지사에서 인쇄한 것으로, 괘도의 이름은 ‘가즈노혼(カズノホン)괘도-제1학년’. 가즈라는 사람이 제작한 괘도라는 뜻으로, 60×110㎝짜리 컬러 그림 20장씩 실린 상하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백과사전편찬팀의 김성근(金成根) 연구원이 입수해 보관해 오다 14일 공개한 것이다.
이 괘도에 들어 있는 ‘천장절’(天長節·일본 천황의 생일)이라는 제목의 그림은 히로히토(裕仁) 천황의 생일을 맞아 서울의 한 거리가 일장기로 뒤덮여 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이 괘도에는 어린이들이 일장기를 들고 뛰어다니면서 칼싸움을 하는 그림 ‘전쟁놀이’도 포함되어 있다. 전투기가 하늘을 뒤덮고 땅에는 탱크가 가득한 장면을 담은 그림, 어린이들이 군함 전투기 등이 그려진 카드를 들고 놀이를 하는 모습도 들어 있다.
한편 이 괘도에는 ‘모내기’ ‘해수욕’ ‘메뚜기잡기’ ‘연날리기’ ‘인형만들기’ 등 일반적인 학습용 그림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김 연구원은 “일제 강점기 때 교과서는 남아 있으나 괘도 같은 보조교재는 그동안 실물이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이 괘도는 일제의 교육관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자료”라고 말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