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플래너 등 드라마속 신종직업이 뜬다

  • 입력 2001년 8월 14일 18시 40분


《직업에도 유행이 있다. 제조업종은 ‘벤처열풍’에 밀린 지 오래. 벤처 역시 ‘거품’이 사그라들면서 시들해졌다. 2001년 여름 고용시장에서 ‘뜨는 직업’은 무엇일까.

웨딩플래너, 리모델링 컨설턴트, 네이미스트가 단연 인기다. 》

이들의 공통점은 KBS 미니시리즈 ‘쿨’, 일일연속극 ‘우리가 남인가요’, MBC 주말드라마 ‘그 여자네 집’ 등 인기드라마 속 주인공의 직업이라는 점.

이들 직종의 신규 채용에 수백명의 젊은이들이 몰릴 정도로 드라마의 열기는 현실로 옮아가고 있다. 현직에 있는 사람들이 말하는 자신의 직업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21세기 작명가〓“네이미스트. 이름을 짓는 사람. 정확히 말하면 상품이나 회사의 이름을 ‘설계’하는 전문가.”

브랜드메이저(www.brandmajor.com)의 네이미스트 정지원팀장(29·여)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그녀의 일과는 발상과 토론, 그리고 설득. 고객(기업)의 주문을 받으면 참신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발상), 더 나은 이름을 찾기 위해 팀원들과 의견을 주고 받으며(토론), 고객에게 이름에 담긴 뜻을 집중적으로 홍보한다(설득). 이렇게 태어난 옥동자는 ‘n016’, ‘하이닉스반도체’, ‘LG싸이언’, ‘굿모닝증권’ 등 140여개나 된다.

최근 신종 유망 직업으로 떠오르면서 구직 희망자의 이력서와 채용 문의가 밀려든다. 25일까지 새 직원 2명을 뽑는 브랜드메이저는 일부러 채용 광고를 크게 줄이는 ‘고육책’을 썼지만 14일까지 250여명이 지원서를 냈다.

▽결혼 연출가〓웨딩플래너. 제니퍼 로페스가 주연한 영화 ‘웨딩플래너’로 많이 알려졌다. 웨딩매니저, 웨딩컨설턴트, 웨딩코디네이터 등 이름도 각양각색이었지만 영화와 드라마가 ‘뜬’ 뒤 이들의 직업은 자연스럽게 ‘웨딩플래너’로 불리게 됐다.

인터넷 웨딩전문업체 i웨딩(www.iwedding.co.kr)의 하진숙팀장(30). 결혼 예산 작성부터 예식장 선정, 신혼여행 예약, 혼수 장만, 결혼식 이벤트 등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결혼을 책임진다. 5년동안 하팀장을 거쳐간 커플만 1000여쌍.

하팀장은 “5월 영화 ‘웨딩플래너’가 개봉된 뒤 직원 1명을 뽑는데 수백명이 몰렸다”고 말했다. 지금은 채용 계획이 없는데도 e메일 이력서, 전화문의, 진로상담이 쇄도하고 있어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 홈페이지에 ‘2001년 하반기 모집은 완료됐습니다’라고 밝혔지만 막무가내다.

▽장밋빛 환상은 금물〓망치와 정을 든 주인공 영욱(김남주)의 모습. ‘그 여자네 집’에 생생하게 묘사돼 있듯 리모델링 컨설턴트의 모습이 화려한 것만은 아니다. 낡은 건축물의 실내외를 개보수하는 것으로 최근 인테리어 전문가 양진석 남궁선씨의 인기와 맞물려 구직자도 크게 늘었다. 실제로 지난달 신규 채용을 끝낸 양진석디자인그룹은 10명 모집에 1000여명이 몰렸다.

이밖에 닷컴 열풍이 불었을 때에는 웹관련 직업이 드라마 속에 많이 등장했고, 최근 드라마 ‘호텔리어’가 방영됐을 때에는 호텔업 구직 열풍이 불기도 했다. 채용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드라마 후원업체의 적극적인 홍보와 사회 분위기가 맞물린 결과”라면서도 “드라마 주인공의 ‘장밋빛’ 모습에만 집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충고한다.

구직전문사이트 잡코리아(www.jobkorea.co.kr)의 김화수사장은 “드라마는 ‘인기’를 의식해 차별화된 직업을 가진 주인공을 등장시키기 마련”이라며 “차별화된 신종 직업은 취업 시장의 주된 흐름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채용 인원이 적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현직 종사자에게 들어본 "이런 사람이라면…"

◇네이미스트 "트렌드보다 딱 반걸음 앞서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남들보다 감각이 딱 반걸음 앞서야 해요.”

네이미스트 정지원씨는 “작명을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트렌드에 민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뒤처지면 말할 것도 없고, 너무 앞서가도 소비자가 따라오지 못해 해고당할 각오를 해야 한단다.

신문과 잡지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독서, 영화감상에서부터 스포츠, 음주 가무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경험해야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지금 유행하는 브랜드명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외국어 실력과 단어 조합 능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웨딩플래너 "사교성 갖췄다면 도전해볼만"

5년 경력의 웨딩플래너 하진숙씨는 “웨딩플래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실함과 친화력”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누구와도 터놓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사교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

결혼적령기 사람들의 심리와 감각을 꿰뚫고 있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여성들이 취업에 유리하다. 취업보다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거나 소호(SOHO) 등 개인 창업을 하는 웨딩플래너가 사실 더 많다.

◇리모델링 컨설턴트 "실내건축 자격증-경력자 유리"

인테리어 관련 직종의 경우 신규 건설이 줄어드는 대신 건물 리모델링이 늘면서 업체의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잡 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두달간 건설 건축 인테리어 관련직의 채용 공고가 지난해 같은 기간 490건에서 올해 1652건으로 237% 늘었고, 이 가운데 실내건축 및 인테리어 관련 전문직이 433건으로 전체의 26%를 차지했다.

그러나 구직 전문가들은 “종업원 5명 안팎의 소규모 업체가 많아 지원하기 전에 회사의 실적이나 안정성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실내건축에 관한 자격증 소지자나 경력자를 원하는 업체가 특히 많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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