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작년과 올 7월의 월급 비교]"월급이 줄었네…"

  • 입력 2001년 8월 14일 19시 08분


맞벌이 주부 이은영씨(31)는 요즘 가계부를 쓰기가 겁이 난다. 월급은 올랐다고 하지만 이것저것 떼고 나면 오히려 월급이 줄어든 것만 같다.

이씨는 7월의 남편 월급 173만원을 놓고 지난해와 비교해봤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의 월급은 작년에 약 7% 올랐다. 그러나 급여가 오름에 따라 국민연금 갑근세 건강보험료 등의 공제도 늘어났다. 이를 제외한 상승률은 약 3.7%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은 5%. 물가를 감안한 실질임금은 되레 줄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계부를 들여다보니 1년전에 비해 각종 공공요금과 보험료 등이 너무 많이 올랐다.

올 1월 직장의료보험료가 평균 15% 오르고 7월에 소득이 있는 부모는 건강보험료를 따로 내도록 제도가 변경돼 부담이 커졌다. 한 가족 중 3명이 각기 건강보험료를 내게 된 것이다.

특히 전기 수도 지하철 버스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이 모두 껑충 뛰었고 곧 택시요금도 오른다고 한다. 다른 물가도 덩달아 들썩거릴까봐 걱정이 앞선다.

▽급증하는 건강보험료, 급등하는 물가〓실질임금을 깎아먹는 가장 큰 이유는 물가상승이다.

작년 7월의 물가는 전년(1999년)에 비해 2.9%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올해는 5.0%나 올랐다. 한국은행 물가분석팀 임주환 팀장은 “농수산물 공공요금 등이 많이 올라 주부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의 상승폭은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가뭄과 장마가 이어지면서 찬거리인 농수산물 값이 특히 많이 올랐다. 한은에 따르면 7월 중 호박이 73.9%나 오르고 당근(62.3%) 상추(47%) 한우(10.7%) 등의 오름폭이 컸다.

올 들어 여러차례 지적된 것처럼 전기료 등 공공요금도 크게 올랐다. J씨(41·서울 목동)의 가정은 지난해 6월 전기를 360kWh 사용해 5만9140원을 냈지만 올해 6월엔 이와 비슷한 362kWh 사용하고도 4000원 이상 많은 6만3600원을 내야 했다. 한은이 같은 기간 전기료 상승률로 발표한 4.3%를 크게 웃돈다.

소득이 ‘투명한’ 직장인들엔 각종 공제도 부담이다. 직장의료보험의 경우 지난해 7월 통합되면서 사실상 오른데 이어 올 1월에도 평균 15%나 인상됐다. 자영업자에 비해 갑근세와 주민세를 꼬박꼬박 내야 하는 것도 상대적 박탈감의 원인이기도 하다.

▽실질소득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이같은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올 들어 근로자들의 실질소득 증가율이 크게 낮아졌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노동부의 ‘매월 노동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근로자들의 실질임금 증가세는 크게 둔화됐다. 올 1∼5월 5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 평균 명목임금은 6.5% 올랐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임금상승률은 1.7% 증가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동기의 9.0%, 7.6%에 비하면 급락했다. 게다가 올 들어 5개월 중 2월, 4월, 5월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작년보다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물가는 크게 오르고 경기악화로 근로자에 대한 특별급여가 줄고 있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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