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신입사원의 직업병

  • 입력 2001년 8월 15일 18시 29분


대학 졸업 후 수개월간의 ‘백수’ 생활 끝에 드디어 모 기업 마케팅부에 입사한 윤모씨(25).

하지만 출근 첫날부터 “○○씨, 전화받는 태도가 너무 무뚝뚝해” 등 선배들의 가시 돋친 말 한마디부터 “자나깨나 ‘마케팅 우먼’이 돼라”는 상사의 압력까지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됐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난 윤씨.

“매일 혼나니까 군기는 잘 잡히더라고. 벌써 직업병까지 생겼어.”

“뭔데?”

“가끔 백화점에 가면 우리 회사 제품 코너에서 ‘이 제품 너무 좋더라’면서 바람을 잡게 되는 거야.”

“야, 정말 충성심 한번 끝내준다.”

“또 사무실에서 매일 수십통의 전화를 받다보니 이상한 증세가 나타났어. 한번은 쉬는 날 집으로 전화가 왔는데 수화기를 들자마자 ‘정성을 다하는 △△회사 마케팅담당 윤○○입니다’라고 말했다니까.”

“진짜 황당하다.”

“압권은 밤늦게 집에 들어오시는 아버지께 현관문을 열어드리면서 잠결에 ‘부장님, 잘 다녀오셨습니까’라고 했다는 거야. 나는 기억도 안나.”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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