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서울시 자립형 사립고 무산

  • 입력 2001년 8월 16일 18시 26분


16일 경기 이천시 미란다호텔에서 열린'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
16일 경기 이천시 미란다호텔에서
열린'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의 자립형사립고 시범 운영 계획에 대해 유보 방침을 밝힌 유인종(劉仁鍾) 서울시교육감이 16일 전국 시도교육감 회의에서 이 같은 입장을 최종 확인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자립형사립고 운영 계획은 서울이 제외된 채 파행 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 교육감은 이날 경기 이천시 미란다호텔에서 열린 회의에서 “자립형사립고 제도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서울의 교육 여건상 시기상조라는 믿음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유 교육감은 10일 최희선(崔熙善) 교육부차관과의 면담에서 “교육위원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최종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해 일부에서는 이날 시도교육감 회의에서 자립형사립고 수용 의사를 밝힐 것으로 기대했다.

유 교육감이 이같이 밝힘에 따라 서울에서 자립형사립고 설립을 희망하는 10여개 사학 재단이 설립 신청을 낼 수 없게 된데다 지방의 시도 가운데 자립형 학교로 전환할 수 있는 재정 여건을 갖춘 곳도 극소수여서 교육부의 시행 계획은 초기부터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유 교육감은 “지난해 7월 교육감 선거 때 자립형사립고 도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사실이나 이는 대입 경쟁의 완화 등 여건이 성숙한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아직 여건이 마련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앞으로 자립형사립고 제도 시행을 위한 선행 작업으로 일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할 계획이지만 일반 고교보다 3배 정도 비싼 등록금을 지불할 수 있는 학부모들이 많지 않아 현재로는 ‘도입 불가 방침’이 뒤집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15일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립형사립고 도입에 찬성하는 사람은 10명 중 3명꼴인 31.8%에 불과했다.

도입 반대 이유로는 ‘교육 기회의 빈부 격차 심화’(47%), ‘고교생의 사교육비 증가’(14.9%), ‘고교 서열화’(14.4%), ‘중학교부터 입시 경쟁 치열’(12.8%), ‘고교의 입시학원화’(8.4%) 등이 꼽혔다.

그러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자립형사립고 설치 운영을 원하는 재단과 학부모들의 요구를 막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곽병선(郭柄善) 한국교육개발원장은 “다수를 위한 교육의 형평성 지향 원칙이 자립형사립고를 원하는 사학 재단과 이를 택하려는 학생의 요구를 막을 수 있을 만큼 정당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일선 시도교육청도 국가 차원의 교육개혁안으로 추진한 제도에 대해 시범 운영조차 못한다는 폐쇄적인 입장을 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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