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이 좋지 않을까? 그나저나 이번에는 어떤 선물을 보내는 게 좋을까?”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사는 최혜리(16·서울 휘경여고 1년), 혜림양(12·서울 전농초등교 6년) 자매는 카메룬에 사는 퓨렌(12)에게 보낼 편지와 선물을 준비하면서 마음이 바빠졌다.
퓨렌양은 혜리양의 가족이 99년 5월, 국제아동후원단체인 플랜코리아를 통해 1 대 1 결연을 맺고 매달 2만원씩 후원금을 보내고 있는 소녀.
대륙을 넘는 인연은 자매의 어머니 김경성씨(39)가 딸들과 함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단체의 문을 두드리면서부터 시작됐다.
“처음 퓨렌의 사진을 받아들고 보니 남루한 옷차림에 우울한 표정까지 왠지 열심히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더군요.”
혜리양 자매는 이후 의욕적으로 편지와 함께 학용품, 옷, 가방 등의 선물을 보내기 시작했고 퓨렌양도 정성이 듬뿍 담긴 답장을 보내왔다.
김씨는 “후원자가 되면서부터 아이들이 발벗고 나서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고 하는 등 봉사 정신이 강해졌다”며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어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필요에 의해 영어를 사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영한사전, 한영사전은 물론 딱딱한 문법사전까지 뒤적이게 됐다는 것.
영어를 가장 좋아하는 과목으로 꼽는 두 자매의 꿈도 국제 교류와 관련된 직업을 갖는 것이다.
특히 퓨렌양과 동갑내기인 혜림양은 세계의 자연이나 여행지를 다루는 잡지사 기자가 되거나 국제단체에서 일하는 것이 꿈.
혜림양은 어머니가 구해준 영국 초등학교 교재의 그림과 글을 직접 손으로 베껴서 보낼 만큼 퓨렌양에 대한 우정이 남다르다.
중학교 영어 교과서에서도 접할 수 있는 영어 펜팔의 교육적 효과는 이미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입증된 상태.
서울대 영어교육과 신문수(申文秀·50)교수는 “영어로 편지를 주고받는 것은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상대가 있다는 점에서 영어 일기를 쓰는 등의 일반적인 글쓰기보다 흥미 있게 영작문을 익히는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간접적으로나마 생생한 외국의 문화를 익힐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소득이다.
김경성씨는 언니 경신씨(44)와 여동생 경진씨(35)에게까지 사랑의 후원 활동에 동참할 것을 권유했다. 지금은 조카들까지 가세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외국 어린이들과 따뜻한 편지를 주고받고 있다.
최근 전북 익산시에 사는 송호윤씨(52)가 40년 전 아동구호기관을 통해 자신을 도와주었던 동갑내기 미국인 프랭켈씨 가족을 찾았다는 기사(본보 10일자 A27면 참조)를 봤다는 혜림양은 “나도 동갑 친구인 퓨렌을 직접 만나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눈을 반짝였다.
플랜인터내셔널 한국지부인 플랜코리아(www.plankorea.or.kr, 02-3444-2216∼8)는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과 1대1 후원관계를 맺고자 하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