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때 영국에서 호주로 이민을 갔습니다. 전학 첫날 교장선생님은 훌쩍 큰 제 키만 보고 ‘6학년 반으로 가라’고 하시더군요.”
비덜프 박사는 이후 자신의 어린 시절이 ‘혼란기’였다고 털어놨다. 정신 연령이 같은 반 친구들보다 늘 2년 뒤진 듯한 열등감 때문이었다.
박사는 “아이의 정신적, 육체적 성장 속도가 또래보다 뒤진다면 취학을 한 해 늦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강의는 성장 단계에 따른 정신적 성숙도와 의존성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수천년 전 인간의 임신기간은 14∼16개월이었다고 합니다. 임신기간이 점점 짧아지면서 인간은 더욱 불완전한 상태로 태어나게 됐죠.”
‘스킨 십’은 불완전한 아이들의 성숙을 돕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항상 아이를 허리에 끼고 다니면서 수없이 살을 맞대는 나이지리아 엄마들의 양육방식 덕에 이 나라 아이들의 성장속도가 유모차로 이동하는 미국 아이들보다 6개월이나 앞선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비덜프 박사에 따르면 아이들은 2세가 되면서 반(反)의존적인 성향으로 돌변한다. 매사에 “싫다”고 떼를 쓰는 ‘미운 세 살’이 바로 이 단계.
만 5세까지 지속되고 사춘기에 다시 나타나는 ‘반의존적 자아’ 단계에는 부모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
“반항하는 아이에게 호통을 치고 나면 곧바로 후회하곤 하지 않습니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에 앞서 평소 ‘일관성 있는 교육관’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의 ‘변덕’에 휘둘리다보면 아이들은 더욱 당황하기 때문이다.
비덜프 박사는 특히 ‘아버지와 자녀만의 대화시간을 늘리라’고 강조했다. 보통 아내 몫인 ‘아이 돌보기’를 남편이 일주일에 한번씩 전담하는 것도 좋은 실천 방법이 된다.
자녀양육 및 가족 상담분야의 전문가로 꼽히는 비덜프 박사의 저서로는 국내에도 번역출간된 ‘아이에게 행복을 주는 비결 1, 2’ ‘아들 키우는 재미, 큰아들 만드는 예술’ 등이 있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