詭-궤이할 궤 辯-말할 변 眩-아찔할 현 惑-미혹할 혹 縱-새로 종 悔-뉘우칠 회
해방 반세기가 넘도록 일본은 시원한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교과서 문제에 이어 이번에는 일본 총리의 神社(신사)참배가 양국간에 懸案(현안)이 되고 있다.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神社를 전격 참배한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말이다. 본디 15일 방문을 계획했다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항의를 고려하여 앞당겨 참배했으니 그래도 입장을 고려했다는 논리다. 더 나아가 악화된 관계의 개선을 꾀하기 위해 특사파견을 고려하고 있다니 이는 또 무슨 획책인가.
이처럼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우리는 ‘詭辯’이라고 한다. ‘괴이한 말’이다. 그래서 언뜻 듣기에는 그럴 듯하나 따지고 보면 도리나 상식에 맞지 않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을 뜻한다. 그런데 그런 詭辯을 늘어놓기 위해서는 뛰어난 말재주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남을 眩惑(현혹)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張儀(장의)라면 戰國時代(전국시대)의 뛰어난 辯舌家(변설가)다. 일찍이 蘇秦(소진)이 주창한 合縱策(합종책)을 깨고 連橫策(연횡책)을 성공시킴으로써 후에 秦(진)이 천하를 통일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자다.
당시 楚(초)는 강대국인 秦의 위협에 눌려 齊(제)와 合縱(합종)을 맺었다. 이를 두려워한 秦의 惠王(혜왕)은 張儀(장의)를 초에 보내 齊와 絶交(절교)를 한다면 600리의 땅을 주겠노라고 했다. 물론 속임수였다. 멍청한 懷王(회왕)은 제와 절교한 뒤 땅을 받기 위해 秦나라에 사신을 보냈지만 張儀는 오리발을 내밀었다.
“600리가 아니라 단 6리의 땅을 주기로 했을 뿐이오.”
화가 치민 懷王이 군사를 일으켰지만 결과는 楚의 大敗로 끝났다. 후에 齊나라를 의식한 惠王이 초와 和議(화의)를 위해 빼앗은 漢中(한중) 땅을 되돌려 주겠다고 하자 懷王은 땅 대신 張儀의 목을 요구했다. 이 말을 들은 張儀는 자진해서 楚로 가서는 懷王의 측근들에게 뇌물공세를 펴는가 하면 愛妾(애첩) 鄭袖(정수)에게 예의 그 ‘세치 혀’를 놀려 鄭袖의 마음을 사로잡아 놓고 말았다.
마침내 懷王은 鄭袖의 건의를 받아들여 張儀를 도로 풀어주고 말았다. 나중에 後悔(후회)한 懷王이 張儀를 뒤쫓았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결국 楚나라는 秦에 의해 망하고 만다. 이를 두고 司馬遷(사마천)은 이렇게 기록했다.
‘張儀가 鄭袖에게 갖은 詭辯을 다 늘어놓았다.’
史記(사기) 屈原(굴원)列傳(열전)에 보이는 말이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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