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쪽 7000원 푸른책들
“지난 1년 동안 폭력행위를 당한 일이 있습니까?” 초등학생 다섯 명 중 한명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3월에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조사한 결과다. 중학생 고등학생보다 훨씬 높은 숫자다.
‘왕따’ 현상도 초등학생 사이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는 보고다. 우리 주변은 괜찮은 걸까? 내 동생이, 내 아이가 끌려가서 맞고서도 아무 말 못하는데 주위에서는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장편동화는 아동문학작품이 흔히 다뤄오지 않은 집단폭력과 ‘왕따’를 정면으로 들고나온다. ‘나’는 미국에서 살다 온 초등학생. 학교에는 ‘늑대’라는 어둡고 큰 그림자가 있다. 키크고 힘센 기태가 ‘늑대’다. 그에게 피해를 입지 않은 아이는 그의 패거리 외에는 없다.
그러나 특히 힘들어하는 아이는 승호다. 툭하면 숲으로 끌려가 매를 맞고 돈을 빼앗기기 일쑤다. 집에 말도 못하는 승호의 안타까운 처지를 알게 된 ‘나’는 선생님께 모든 사실을 편지로 써 알리려고 마음먹지만 번번이 마음뿐, 보복이 두려워 매번 편지를 찢어버리고 마는데….
이 동화를 쓴 작가는 선생님으로 재직하던 16년 전 이같은 사례를 접하고서 충격에 휩싸여 이 이야기의 원작을 썼다고 말한다. 그 충격을 잊을 만하자 곳곳에서 집단 따돌림 얘기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단다. “집단따돌림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태어 그들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 주고,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다.”
우리 주위에는 집단따돌림으로 괴로워하는 아이가 없는가. 용기를 내자. 선생님에게 사실을 알리자. 힘없고 당하기만 하는 친구를 돕는 것은 ‘나쁜 고자질’이 아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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