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인사동 사람들이 반발했다. 인사전통문화보존회는 “‘스타벅스’ 인사동점 개설은 우리 문화 보존에 사명감을 갖고 있는 인사동 주민을 욕되게 하는 몰지각한 처사며 반문화적 영업전략”이라고 비난하고 즉각 철수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사동번영회 역시 ‘스타벅스’ 철수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스타벅스’는 이런 사태를 미리 예상했던 듯 하다. 간판을 영어(STARBUCKS COFFEE)가 아니라 한글로 ‘스타벅스 커피’라고 붙인 것은 인사동의 특성을 감안한 것. 또 건물 외벽 한쪽엔 전통 기와와 한옥 문창살로 장식했고, 내부의 일부는 흙벽으로 만들어 전통부채 하회탈 등을 걸어놓았다.
‘스타벅스’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동일한 컨셉의 인테리어를 요구한다. “영어가 아닌 그 나라의 언어로, 그 나라의 전통 요소를 가미해 인테리어를 하기는 이번이 ‘스타벅스’ 사상 최초”라고 ‘스타벅스’ 관계자는 말한다. ‘스타벅스’ 인사동점은 앞으로 우리 전통 음료를 판매하고 매장 내에 전통음악을 틀어놓을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찬반론은 여전하다.
“한글 간판은 부차적인 문제다. ‘스타벅스’가 들어선다는 것은 인사동의 ‘한국의 멋’과 자존심을 망가뜨리는 일이다. 문제의 본질은 거대자본의 다국적 커피업체가 인사동의 정신을 앗아가고 그로 인해 영세한 전통찻집이 커다란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인사동에 외국 커피숍이 들어서지 말란 법이 있는가. 인사동을 찾는 외국인에게 ‘스타벅스’가 있으면 오히려 좋은 것 아닌가. 인사동 상인들은 ‘스타벅스’만 탓할 것이 아니라 인사동을 지키기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스타벅스’ 하나에 국한해서 인사동을 바라보면 곤란하다는 지적도 많다. 인사동은 우리가 지켜야 할 거리이지만, 동시에 먹고 마시는 거리로 전락해버렸다는 비판에도 인사동 사람들은 겸허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번 ‘스타벅스’ 논란이 반성과 고민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