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날짜 봐서 계획 출산?

  • 입력 2001년 8월 19일 18시 42분


9월 말 출산 예정인 전문직 회사원 L모씨(35·여)가 친구들과 만났다. L씨는 올해 1월 결혼했다.

“축하한다.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아기 낳는 것도 초스피드로 해치우는구나.”

“그래, 일이 풀리려니까 한 번에 해결되더라.”

사람들의 관심은 L씨의 몸관리로 모아졌다.

“초산인데 어쨌든 몸관리 잘해야겠다. 너.”

“회사일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애 낳고 두달 쉰 다음 출근하면 되지?”

‘두달’이란 말에 L씨의 얼굴엔 멋쩍은 미소가 흘렀다.

“두달 하고 석달 하고는 정말 큰 차이일 텐데….”

“무슨 소리야?”

“11월 이후 출산자부터는 석달 쉴 수 있도록 법규가 바뀌었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날짜 봐서 ‘계획출산’ 하는 건데. 석달 쉬면 진짜 원상회복될 텐데.”

L씨의 친구가 말을 거들었다.

“그래서 요즘에 산부인과 가면 9, 10월 출산 예정자들끼리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대.”

“뭔데?”

“‘어디서든 다리 꼬고 앉자.’ 조금이라도 아기를 늦게 낳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대.”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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