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 예수전’의 시인 김정환(47)이 CD명반 소개서를 쓴 이유다. 제목은 ‘내 영혼의 음악’(청년사). 640쪽이나 되는 두꺼운 하드커버 책에 150곡의 고전음악 명곡과 명반을 소개했다.
누구나 좋아하는 클래식 작품을 싣고, 가장 인정받는 명반을 골라 알기 쉬운 추천글을 쓴다? 많이 팔리는 책을 쓰려면 의당 그랬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극도로 주관적이고, 때로는 니체의 철학서처럼 추상과 암시로 가득하다. 한 마디로 난해하다.
고전음악에 이르는 문고리를 처음 건드려 본 초보자에게 이 책이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 줄 리는 없다. 오히려 이 책은 ‘선수’에게만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음악화두’의 모음집에 가깝다. 그러나 그 화두들은 종종 기존의 ‘소개서’들이 닿지 못하는 깊은 곳의 비경(秘境)을 열어 보인다. 일부만 인용해 보면,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은 훌륭한 작품이다. 하지만 첫 악장의 들뜸이 좀 부황(浮黃)하고, 둘째 악장의 향수가 감상주의적이다. 이것은 드보르자크의 음악정신이 수직-수평적으로 흔들렸다는 점의 반영에 다름 아니다. 그 흔들림이 생애의 시간을 넘으며 질적인 발전을 자아내는 과정이 바로 현악4중주 ‘아메리카’…”.
이 책은 30여권의 책을 쓴 그가 ‘음악이 있는 풍경’에 이어 두 번째로 써낸 음악 관련서다. “가장 중요한 음반 선정 기준은 내 취향이고, 그 음반과 관련한 나의 기억이다. 세상일이 모두 귀찮고 모든 일에 의욕이 없게 될 때 일부러 챙겨 듣는 음반들을 모았다”고 그는 말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