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지식인의 기원과 역할 문제를 다룬 이번 특집은 지식인들이 스스로 반성적 성찰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특집에서 1990년대의 지식인론을 검토한 한림대 전상인 교수(사회학)는 신지식인론, 선비론, 게릴라 지식인, 진보 좌파 지식인 등 최근까지 논란이 돼 온 지식인론을 비판적으로 정리했다. 그는 이를 통해 지식인의 현실 참여에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지식인들이 자기 겸손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우리 사회는 지식인의 사회 참여를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그 결과 지식인들이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역할을 필요와 분수 이상으로 자임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바깥 세상에 대한 지식인 사회의 관심과 참여는 필요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지식인의 본령은 배우고 가르치고 연구하는 것이므로 지식인 사회와 전문적 사회제도 사이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식인의 사회 참여는 어디까지나 간접적이고 부차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식인과 바깥 세상과의 일정한 ‘거리 두기’는 개인적 수준에서 지식인 자기 자신과의 ‘거리 두기’와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지식인은 성인이나 도인이 결코 아니며, 정도와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지식인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식인이 자신의 그런 솔직한 모습을 알고 인정하며 자신의 무지한 부분을 드러낼 때, 서로 돕는 진정한 지식공동체의 형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지성의 계보를 분석한 성심외국어대 배병삼 교수(정치학)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거사(居士)’를 통해 한국 지식인의 기원을 탐구하며, 지식인이 현실을 떠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우리의 토착 지성이었던 ‘거사’는 당시 보편주의와 세계주의의 높은 물결이었던 불교 앞에서 긴장하고 떠밀리면서도 늘 민중과 호흡을 함께 했다”고 말하고 이같은 ‘거사’는 우리 지식인의 바람직한 예라고 지적했다.
이번 특집에서 경상대 강수택 교수(사회학)는 1960∼1970년대 한국의 비판적 지식인 형성사를 점검했고, 중앙대 김누리 교수(독문학)는 ‘독일통일과 지식인’에서 남북관계에서 지식인의 역할 문제를 분석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