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여개였던 표제어는 약 2500개로 늘었고 예문도 대폭 보강됐다. 여기에 새로 덧붙인 ‘특수용어사전’의 1800여 어휘를 합치면 표제어는 총 4300개에 달한다. ‘특수용어사전’은 각종 공(公)문서 사(私)문서에 나오는 단어들을 모은 것으로, 이두로 된 여러 문서들을 읽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장 명예교수는 연세대 국문학과에 재직 중이던 아버지 장지영 교수(1887∼1976)의 수업을 들으며 대학시절을 보냈고, 졸업후에는 은퇴하신 아버지를 도와 ‘이두사전’을 만들었다. 작업을 다 마치지 못하고 부친이 작고하자, 장 교수 혼자 ‘이두사전’을 마무리지어 부친의 영전에 바쳤던 것이 1976년. 주시경 선생의 제자였던 아버지는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에 걸쳐 고려시대 및 조선시대의 이두 관련 자료들이 대거 발굴됨에 따라 기존의 ‘이두사전’은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됐고, 장 교수는 ‘이두사전’의 전면증보 작업에 들어갔다.
사전 편찬이 워낙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인데다 장 교수의 제자들이 한글 세대인 까닭에 이들의 도움을 받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장 교수는 정년퇴임을 한 후에야 이 일에 본격적으로 매달릴 수 있었고 이제야 새로운 사전을 내놓게 된 것.
그는 요즘 자신이 근무하던 한양대의 중앙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가 담당하는 일은 고전자료를 정리하는 것.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허허 웃으며 대답한다.
“매일 나갈 데가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합니까?”
<김형찬기자>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