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튼튼하게]영구치가 빠졌는데…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36분


“으앙.”

“아니, 이게 또 무슨 소리야?”

하루가 멀다 하고 다쳐서 집에 들어오는 아들 승우(8)에게 오늘도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아 현관문을 여는 순간 정희선씨(33)는 너무 놀라고 말았다. 아이의 입 주위로 피가 주르륵 흐르는 것이 오늘은 장난이 아닌 듯 했기 때문이다.

입안에는 피가 가득 들어 있는 것 같고 새로 나온 앞니 하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정신을 가다듬고 아이가 넘어졌던 엘리베이터 앞에 가보니 빠진 앞니가 뒹굴고 있었다. 빠진 치아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혹시’ 하는 생각에 정씨는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빠진 앞니를 둘둘 말아 주머니에 넣은 후 엉엉 우는 아이를 안고 치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애가 하도 울어 문구점에서 디지몬 인형 하나 사주다보니 거의 1시간이 지나서야 치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치과에서 방사선 검사를 해보니 새로 나온 영구치 하나가 완전히 빠진 상태였고 주위 잇몸과 입술에는 가벼운 찰과상이 있었다. 빠진 치아는 다시 원래 자리에 넣고 인접 건강한 치아들과 묶어주는 고정술을 시행하면 빠진 치아라도 꽤 오랫동안 쓸 수 있다. 하지만 승우의 경우 이가 빠진 후 거의 1시간이나 지났고 빠진 치아는 치과에 오는 동안 휴지에 싸여 모두 말랐다. 치아 뿌리에 붙어 있는 치근막까지 손상돼 승우의 예쁜 영구치를 휴지통에 버려야 했다.

빠진 치아를 갖고 30분 이내에 치과에 방문하고 치아를 건조하지 않게 입안에 넣어 오거나 우유에 담가 가지고 와야 한다는 사실을 정씨는 몰랐던 것이다.

유치건 영구치건 아이가 다치면 엄마들은 매우 놀라기 마련이다. 특히 입안에 상처가 나면 피와 침이 섞여서 더 심한 출혈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단 아이가 다치면 당황하지 말고 깨끗한 가제 수건으로 피가 나오는 부위를 살펴보고 눌러서 지혈을 시킨다. 상처가 깊거나 커도 충분히 봉합을 할 수 있으므로 즉시 치과를 방문해야한다. 치아가 흔들리는 경우도 그 정도에 따라 고정술을 시행할 수 있다.

한번 다친 치아는 사고 직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나중에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치아의 신경과 혈관이 끊겨 치아가 검게 변하거나 갑자기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다친 치아는 사고 당시 증상이 사라져도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적이다.

김은영(아이들치과 원장)kimlucy8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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