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우리도 요리다운 요리좀 먹어보자. 응?”
“왜, 라면만큼 맛있는 요리가 어디 있다고 그래?”
4년 후.
야근이 잦은 업무 특성상 저녁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한씨에게는 오히려 남편의 식성이 ‘다행스러운 일’이 됐다.
“나 오늘도 야근이야. 어제 새로 나온 그 라면 한 박스 사 놨거든?”
“알았어. 끓여 먹을게.”
잠시 후 세살배기 딸아이가 며칠간 다니러간 큰집에서 전화가 왔다.
“아, 어머니. 아이는 잘 있어요?”
“그래. 그런데 아이가 자꾸 라면을 달라고 보챈다. 아무리 안된다고 해도 떼를 쓰네.”
“어머니 절대 주시면 안돼요. 건강에 안좋잖아요.”
전화를 끊은 한씨. 갑자기 머쓱해져 남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여보. ‘그냥 라면’ 먹지 말고 우동 먹어. 왜,기름에안튀긴거있잖아.”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