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이즈 항체검사 '음성' 유전자검사로 '말기' 판명

  • 입력 2001년 8월 23일 19시 12분


에이즈 감염 여부를 가리기 위해 일반적으로 실시하는 ‘항체검사’에서 3명이 음성(정상)으로 판정됐으나 실제로는 에이즈 말기환자였음이 밝혀졌다.

울산대 의대 서울중앙병원 조영걸 교수(미생물학)는 23일 “일반 병원에서 항체검사를 통해 음성 판정을 받은 에이즈 유사 증세의 중환자 4명을 대상으로 99년부터 올해까지 ‘유전자검사’를 실시한 결과 3명(이 중 1명 사망)이 에이즈 말기 환자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는 국내 첫 사례”라며 “이들은 면역체계가 완전히 파괴돼 체내에서 항체가 형성되지 않아 항체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지난해 10월 이 같은 사실을 국립보건원에 통보했으며 보건원도 이 중 1명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 에이즈 환자임을 최종 확인했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항체검사로는 일반인의 에이즈 감염 여부를 정확히 밝혀낼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자료: 국립보건원)

 85∼93년94년95년96년97년98년99년 2000년2001년
(6월)
총감염자 143932389108102124129186219159
환자 220 1611 14 22 33 35 34 32 23
사망자 316 4213 21 33 36 46 43 52 30

보건원은 “대부분의 경우 항체검사만 하면 감염 여부를 알 수 있지만 감염된 뒤 잠복기(5∼10년)를 거쳐 발병한 환자 중에는 면역력이 없어져 항체검사로 확인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때 유전자검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보건원 관계자는 “특히 에이즈 유사 증세를 보이는데도 감염 여부가 확인되지 않거나 부모 중에 에이즈 감염자가 있을 경우에 보다 확실한 유전자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에이즈 검사법▼

항체검사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침투할 경우 백혈구가 이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내는 점을 고려해 관련 항체가 있는지 여부를 분석하는 방법. 그러나 관련 항체가 생성되는 것은 첫 감염 이후 6주 가량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초기 감염자’를 찾아내기 어렵다. 또 항체는 생성됐다가 90일 정도 지나면 사라지는데 백혈구의 면역기능이 완전히 파괴되면 아예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다.

유전자검사는 백혈구를 추출한 뒤 효소를 투입해 백혈구 안에 에이즈 바이러스의 염기구조가 있는지 여부를 분석하는 것으로 보다 정확한 방법이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걸리고 국내에는 검사 기관도 많지 않아 일반화돼 있지 않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