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로 물고 다니는 독도 삽살개 영상 단독입수…추방 공방 새 국면

  • 입력 2001년 8월 24일 14시 33분


독도 삽살개가 황로를 입에 문채 달려가고 있다.
독도 삽살개가 황로를 입에 문채 달려가고 있다.
‘삽살개가 독도의 바다 새들을 해친다, 아니다’로 환경부와 독도경비대간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독도 삽살개가 황로와 괭이갈매기를 해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믿을만한 증거가 24일 동아닷컴 취재팀에 입수돼 삽살개 공방은 새 국면에 돌입하게 될 전망이다.

동아닷컴이 입수한 자료 하나는 삽살개가 독도에 서식하는 황로 한 마리를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 다른 하나는 삽살개가 괭이갈매기를 잡아서 매일 임신한 암컷에게 물고 왔다는 독도경비대장의 증언을 기록한 책.

황로 물고 다니는 독도 삽살개 동영상

비디오로 현장을 촬영한 사람은 야생화 전문가인 김태정소장(한국야생화연구소)이다. 김소장은 지난해 5월초 한국해양연구소의 독도생태조사단으로 독도에 상륙, 8일 새벽 동도의 등대 주변에서 삽살개의 이 모습을 촬영했다. 김소장은 "촬영 당시 죽은 황로를 만져 보니 목이 부러져 있고 몸이 따뜻해 금방 죽은 것으로 보였다"면서 "등대 화장실 뒤에 날아오는 황로는 6마리였는데 이날 이후 5마리 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소장은 또 "그날 독도경비대장에게 삽살개의 황로사냥 사실을 알리고 삽살개가 새를 잡아 먹거나 갈매기 알을 주워 먹으니 생태환경을 더 파괴하기 전에 섬에서 철수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었다"고 말했다.

김소장은 "독도에 체류하는 동안 삽살개가 갈매기알을 깨먹는 장면은 나는 물론 다른 연구원도 자주 목격했고 이 때문에 갈매기알이 서도(무인도)에는 발길에 채일 정도로 많은데 비해 동도에는 훨씬 적었다"고 전했다.

당시 독도에서 함께 조사활동을 벌였던 연구원들은 이같은 삽살개의 독도 해조류 훼손행위를 목격한 뒤 해양수산부에 제출한 '독도 생태계 등 기초조사연구 최종보고서'를 통해 "생태계를 교란하는 삽살개의 반입과 같은 인위적인 동물 반입행위를 배제해야 한다"(1031쪽)고 건의했다.

또 삽살개의 괭이갈매기 사냥을 증언한 전 독도경비대장에 관한 기록은 한국삽살개보존회 부회장인 하지홍교수(경북대 유전공학과)가 쓴 책 우리 삽살개 (7월 20일 발행)에 있다.

한국삽살개보존회는 독도에 삽살개를 보낸 단체. 이 책 235쪽에는 "독도경비대장(○○○경위)의 증언에 의하면 암컷이 새끼를 밴 이후로는 거구의 아빠 삽살개가 매일 바닷가로 내려가서 갈매기 한 마리씩을 잡아다가 암컷 집 앞에 가져다 놓더라고 한다"고 씌어 있다.

이에 대해 하교수는 "2년전 첫 이주한 삽살개 한쌍이 처음으로 새끼를 낳게 돼 이것을 촬영하기 위해 독도에 갔다가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기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독도경비대원들은 "삽살개가 괭이갈매기를 죽이거나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새를 죽인다는 '누명'을 쓰고 삽살개가 독도에서 쫓겨나야 한다는 소식에 어안이 벙벙하다"(동아일보 21일자 A29면 보도)고 취재진에게 밝혔었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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