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별세상 목욕탕 "생크림 목욕탕서 헤엄칠래요"

  • 입력 2001년 8월 24일 18시 39분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것은요, 깨끗하게 세수하고. 깨끗하게 손씻고, 깨끗하게 발을 닦는 거예요.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비누로 세수하고, 밖에서 들어오면 손 씻고, 잠잘 때 발을 닦는 거예요.”(‘별세상 목욕탕’ 중)

아이들과 동화를 함께 읽으면서 좋은 건 엄마의 생각과는 정말 다른, 아이들의 숨은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거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건 엄마도 이미 지나 온 어린 시절이다. 그 시절에 아이들이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 한번쯤 해 보고 싶은 일은 뭘까?

한번쯤 생크림과 초콜릿이 가득한 목욕탕에서 다이빙을 하고(‘별세상 목욕탕’), 자신의 문패를 건 비밀 장소도 갖고 싶고(‘비밀동굴’), 언제나 먹고 싶은 것이 내 주변에 둥둥 떠다니고(‘송이의 먹는 방’), 선생님이 꼴깍 가라앉아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오줌도 싸(‘말할 걸 그랬지’) 버리고 싶은 건 아닐까?

어른들에게 말하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라고 야단이나 맞을 이런 상상들이 실제 이 동화들의 소재가 되는 것이 유쾌하다. 어느 광고의 카피처럼 ‘상상만 하면 다 되는’, 안 되는 것이 없는 세상이 바로 이야기 세상이다.

이야기는 아이들이 일탈하고 싶은 욕구에 대한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된다. 자신의 생각에 대해 뒤쪽에서 분명하게 손뼉쳐 주는 도깨비가 있다면(‘도깨비 빗자루’) 얼마나 살아가는데 든든할까. 이 자신감으로 아이들은 가족에게 눈을 두고(‘신문도둑’),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며(‘찌꺽찌꺽 아빠장화’), 남들에게 애정을 가지게(‘오뚜기학교 예능발표회’) 된다.

월간 ‘어린이 문학’에 실린 동화 중에 좋은 작품을 골라 엮어 펴낸 이 책은, 아이들의 유쾌한 상상력을 소중히 여기고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어 좋다.

어린시절을 다 잊어버린 엄마가 아이들의 머리 속이 궁금할 때 함께 읽으면서 “맞아, 그런 생각도 했었어.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하고 동감할 수 있는 동화들로 가득하다. 그림도 즐거워 초등학교 저학년도 읽을 수 있다.

김혜원(주부·서울시 강남구 수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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