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자 성씨 표기 원칙 따로 현실 따로

  • 입력 2001년 8월 26일 18시 21분


정부는 지난해 7월 국어 로마자 표기법을 개정하면서 성씨(姓氏) 표기방식에 대해서는 결정을 유보했다. 현실과 새 표기법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 최근 문화관광부가 성씨 표기안 확정을 위해 여론조사를 벌이는 가운데 한국인들이 실제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로마자로 표기하고 있는지를 조사,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건양대 김혜숙 교수(사회언어학)가 최근 한국영어영문학회 학술발표회에 내놓은 논문 ‘한국인의 로마자 인명표기 현황 및 일관성’은 현행 로마자 표기법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보여준다. 김 교수는 이 연구에서 1991∼2000년 계간지 ‘영어영문학’에 영어 논문을 제출한 영어영문학 전공자 313명의 이름 표기방식을 분석하고 이를 일반인들과 비교했다.

◇ 金-朴씨는 대부분 안지켜

먼저 철자표기. 조사대상 영어전공자 중 ‘김(68명)’ ‘박(25명)’ 씨는 100% 동일하게 ‘Kim’ ‘Park’으로 표기했다. 일반인의 경우도 유사했다.

김 교수가 비교자료로 쓴 국립국어연구원 김세중 부장의 연구에 따르면 여권기재용 로마자 이름에서 김씨의 경우 전체 3300명 중 ‘Kim’이 99.8%, 박씨의 경우 ‘Park’이 97.3%, ‘Pak’이 1.4%였다. 2000년 7월 개정된 한글-로마자 대조표의 원칙대로 ‘Gim’ ‘Bak’으로 표기한 예는 극소수였다.

성씨별 인구 100만명이 넘는 이른바 7대 성씨 중 철자표기가 혼재돼 나타난 경우는 ‘이’ ‘강’ ‘정’씨 등. ‘이’씨의 경우 영어전공자들은 ‘Lee(93.8%)’ ‘Rhee(4.2%)’ ‘Yi(2.0%)’로 일반인들은 ‘Lee(98.4%)’‘Yi(0.9)’로 표기했다. 그러나 전공자의 경우 현행 로마자 표기법대로 ‘I’를 쓰는 경우는 없었다. ‘강’씨의 경우 학자들은 ‘Kang(91.7%)’ ‘Kahng(8.3%)’의 순. 현행 표기 원칙대로 ‘Gang’을 쓰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일반인들의 경우 ‘Kang(98.1%)’이 압도적이고 ‘Gang’을 쓰는 경우는 1.2%였다.

다음은 표기순서. 현행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홍길동’은 ‘Hong Gil Dong’, 즉 성과 이름의 순서로 띄어쓰되 이름은 붙임표(-)로 이어쓰는 것을 허락한다.

그러나 조사대상 영문학자 가운데 두 글자 이름을 가진 263명의 35.7%(94명)가 ‘Gil-Dong Hong’식, 즉 각 이름자의 첫 로마자를 대문자로 표기한 뒤 붙임표로 연결하고 성을 뒤에 두었다. 현행 표기법을 따른 사람은 0.7%인 2명에 불과했다.

◇ 개정안서 표기현실 포용해야

반면 인명록 ‘Korea Annual’에 실린 일반인 818명의 경우 80%(654명)가 성-이름 순서인 현행 표기법을 따랐다. 영어전공자들처럼 ‘Gil-Dong Hong’식으로 쓰는 사람은 14명(1.7%)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김, 박, 이 ,강’씨처럼 표기법과는 동떨어진 채 이미 굳어진 표기현실을 어떻게 새 개정안이 포용해낼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 성씨의 로마자 표기 원칙과 실제 표기현황

성씨

현행 표기원칙(한글-로마자 대조표 기준)

실제 표기 양상

I

Lee, Rhee, Yi

Gang

Kang, Kahng, Gang

Jo

Cho, Joh, Jo

Sin

Shin, Shynne, Sin

Jeong

Chung, Chong, Jung, Cheong, Jeong, Jung

Jeon

Jun,Chun,Jeon, Cheun,Jun

Im

Yim, Im, Lim, Rheem

Yu

Ryu, Yoo, 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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