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 김혜숙 교수(사회언어학)가 최근 한국영어영문학회 학술발표회에 내놓은 논문 ‘한국인의 로마자 인명표기 현황 및 일관성’은 현행 로마자 표기법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보여준다. 김 교수는 이 연구에서 1991∼2000년 계간지 ‘영어영문학’에 영어 논문을 제출한 영어영문학 전공자 313명의 이름 표기방식을 분석하고 이를 일반인들과 비교했다.
◇ 金-朴씨는 대부분 안지켜
먼저 철자표기. 조사대상 영어전공자 중 ‘김(68명)’ ‘박(25명)’ 씨는 100% 동일하게 ‘Kim’ ‘Park’으로 표기했다. 일반인의 경우도 유사했다.
김 교수가 비교자료로 쓴 국립국어연구원 김세중 부장의 연구에 따르면 여권기재용 로마자 이름에서 김씨의 경우 전체 3300명 중 ‘Kim’이 99.8%, 박씨의 경우 ‘Park’이 97.3%, ‘Pak’이 1.4%였다. 2000년 7월 개정된 한글-로마자 대조표의 원칙대로 ‘Gim’ ‘Bak’으로 표기한 예는 극소수였다.
성씨별 인구 100만명이 넘는 이른바 7대 성씨 중 철자표기가 혼재돼 나타난 경우는 ‘이’ ‘강’ ‘정’씨 등. ‘이’씨의 경우 영어전공자들은 ‘Lee(93.8%)’ ‘Rhee(4.2%)’ ‘Yi(2.0%)’로 일반인들은 ‘Lee(98.4%)’‘Yi(0.9)’로 표기했다. 그러나 전공자의 경우 현행 로마자 표기법대로 ‘I’를 쓰는 경우는 없었다. ‘강’씨의 경우 학자들은 ‘Kang(91.7%)’ ‘Kahng(8.3%)’의 순. 현행 표기 원칙대로 ‘Gang’을 쓰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일반인들의 경우 ‘Kang(98.1%)’이 압도적이고 ‘Gang’을 쓰는 경우는 1.2%였다.
다음은 표기순서. 현행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홍길동’은 ‘Hong Gil Dong’, 즉 성과 이름의 순서로 띄어쓰되 이름은 붙임표(-)로 이어쓰는 것을 허락한다.
그러나 조사대상 영문학자 가운데 두 글자 이름을 가진 263명의 35.7%(94명)가 ‘Gil-Dong Hong’식, 즉 각 이름자의 첫 로마자를 대문자로 표기한 뒤 붙임표로 연결하고 성을 뒤에 두었다. 현행 표기법을 따른 사람은 0.7%인 2명에 불과했다.
◇ 개정안서 표기현실 포용해야
반면 인명록 ‘Korea Annual’에 실린 일반인 818명의 경우 80%(654명)가 성-이름 순서인 현행 표기법을 따랐다. 영어전공자들처럼 ‘Gil-Dong Hong’식으로 쓰는 사람은 14명(1.7%)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김, 박, 이 ,강’씨처럼 표기법과는 동떨어진 채 이미 굳어진 표기현실을 어떻게 새 개정안이 포용해낼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 성씨의 로마자 표기 원칙과 실제 표기현황
성씨
현행 표기원칙(한글-로마자 대조표 기준)
실제 표기 양상
이
I
Lee, Rhee, Yi
강
Gang
Kang, Kahng, Gang
조
Jo
Cho, Joh, Jo
신
Sin
Shin, Shynne, Sin
정
Jeong
Chung, Chong, Jung, Cheong, Jeong, Jung
전
Jeon
Jun,Chun,Jeon, Cheun,Jun
임
Im
Yim, Im, Lim, Rheem
유
Yu
Ryu, Yoo, 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