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반된 엘라 피츠제럴드(1918∼1996)의 대표곡 앨범 ‘베리 베스트 오브 엘라 피츠제럴드’(유니버설뮤직)는 그래서 더욱 반가운 음반이다.
엘라는 재즈의 역사에서 보석과도 같은 존재다. 그는 스윙이 한창이던 30년대에 등장했지만 그 뒤 재즈 스타일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어떤 스타일이든 최상의 노래를 들려주던 거의 유일한 가수였다.
즉흥적인 비밥이 지배했던 50년대에도 그의 노래가 빛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스윙시대에 전성기를 맞이했던 대부분의 재즈가수들이 당시에 슬럼프를 맞이했지만 유독 엘라는 가사 없이 즉흥적으로 부르는 탁월한 ‘스캣’창법을 통해 오히려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다.
만약 비밥의 매력을 평소에 느끼지 못한 재즈팬이라면 엘라가 47년에 녹음한 ‘드높이 뜬 달’을 한 번쯤 들어볼 필요가 있다. 기악 연주자들마저도 아연케 하는 그녀의 즉흥멜로디는 비밥이 무엇인가를 너무도 명쾌하게 들려준다.
지난 50 여 년간 엘라라는 이름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4옥타브를 넘나드는 넓은 음역과 즉흥적인 노래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56년부터 64년까지 8년 간에 걸쳐 그녀가 녹음한 ‘노래집(songbook)’ 시리즈는 미국 대중음악의 명곡들을 작곡가 작사가 별로 정리한 전대미문의 업적이다. 엘라는 여기서 미국음악 해석에 관한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
역사상 최초로 엘라의 데카 사(社) 녹음(1930∼40년대)과 버브 사 녹음(50∼60년대)을 한 자리에 모은 이 앨범은 이러한 엘라의 다채로운 면모를 가장 균형 있게 담은 선집 중 하나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스탠더드 넘버에서부터 실황무대의 비상하는 스캣에 이르기까지, 여기에는 절창(絶唱)이라는 찬사가 결코 아깝지 않다. 그를 따라 다녔던 ‘노래의 영부인’이라는 별칭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황덕호(재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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