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각 올곧은 사랑 (춘향전), 정략 결혼에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랑 (라메르무어의 루치아), 상대가 바람둥이임을 알고서도 끝내 바친 순정의 사랑 (리골레토), 손에 피를 묻혀서라도 이겨내야 할 용기의 사랑(토스카)…. 다음달 오페라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갖가지 사랑의 모습들이다.
올 9월은 ‘오페라의 달’. 어느 해보다 대형 오페라들이 풍성하게 준비되고 있다. 주요 무대를 미리 돌아본다.>>
#루치아
원제 ‘라메르무어 가(家)의 루치아’. 베르디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19세기 중반 오페라의 거장 도니제티의 대표작이다. 소프라노의 모든 기량을 다 과시하게 하는 ‘광란의 아리아’가 유명하다. 소프라노 신지화(이화여대 교수), 오은경(세종대 교수), 박선휘가 타이틀 롤을 맡았다. 현대적이고 간결한 무대로 ‘거실에서 보는 것 같은’ 현장감을 제공하겠다고 주최사인 ‘음악친구들’ 측은 말한다.
#춘향전
재일교포 춘향 전월선과 조선족 이도령 김영철의 만남으로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1948년 현제명이 오케스트레이션까지 완성해 초연한 한국 최초의 오페라. 관현악법 등에서 일부 ‘초창기 한국 오페라’의 미숙함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사랑가’ 등 선율이 빼어난 아리아와 2중창으로 널리 사랑 받고 있다. 한복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패션무대’가 될 것이라는 베세토오페라단의 설명.
#토스카
민주화 운동, 정치범, 성고문의 암시, 암살 등이 수놓아지는 101년 전 푸치니의 ‘현대적’ 오페라.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등이 전편을 수놓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박력의 오페라다. 토스카 역에 소프라노 김인혜, 시인 카바라도시 역에 테너 박세원 등이 출연할 예정. “2막의 살인장면 등을 강력한 극사실적 수법으로 표현하며 뜨거운 격정을 드러내보겠다”고 연출가 장수동은 말한다.
#리골레토
설명이 필요 없는 베르디 중기의 대표작. 만토바 공작의 난봉행각에 광대 리골레토의 딸 질다가 희생되고, 아버지의 복수극은 실패하고 마는 과정을 그렸다. 만토바 공작의 아리아 ‘여자의 마음’은 고금의 아리아 중 최고 히트곡. 이탈리아의 베르디 전문 지휘자 리카르도 세레넬리와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의 주역 바리톤 실바노 카롤리를 초청해왔다. 2층 객석은 ‘VIP석’으로 꾸며, 1급 의전 제공과 함께 전용 로비에서 만찬을 즐긴 뒤 바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리골레토 역에는 카롤리와 함께 바리톤 최현수 장유상, 질다 역에는 소프라노 박정원 김금희 유미숙, 공작 역에는 테너 신동호 김영환, 막달레나 역에는 메조 소프라노 김현주 등이 출연하는 호화배역이다.
#사랑의 묘약
도니제티의 희가극 중 대표작품.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 특히 유명하다. 이탈리아 시골 마을에서 돌팔이 약사의 ‘사랑약’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유쾌한 결혼 이야기를 그렸다. 여주인공인 지주 아디나 역에 소프라노 박미혜 이정애, 동네총각 네모리노 역에 테너 강무림 등이 출연한다. 합창단만 200여명이 무대 위에 출연하는 웅장한 규모로 객석을 압도하겠다고 뉴서울오페라단은 자신한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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