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율포(보성군 회천면 동률리)에 들렀다 은빛 비늘 찬란한 전어떼를 만났다. 물론 수족관이지만. ‘아니 벌써.’ 늦더위 땡볕 폭염에 가을은 생각할 엄두조차 못내는 이 때에 ‘가을 전어’라니.
한참 수족관을 들여다 보다 갯마을 횟집으로 들어갔다. 주인 김화자씨(46)는 전어를 다듬느라 눈길조차 주지 못했다. 잡히기 시작했다는 ‘가을 전어’ 시즌오픈 소식을 듣고 만사 제치고 율포까지 달려온 성마른 미식가가 식당에 포진한 탓.
“벌써라뇨. 작년보다 닷새 늦었는데.”매년 잡히는 날까지 정확히 기억하는 ‘전어 도사’ 김씨. 아직 맛이 덜 들었다며 “이번 주말부터가 진짜 시즌”이라고 말했다.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말.’ 고소한 맛이 일품인 전어는 회로, 구이로 먹는다. 통유리창으로 보성만 바다가 ‘왕창’ 내다 보이는 창가에서 올 첫 전어회를 맛 보았다.
상에 오른 회요리는 두가지. 된장에 찍어먹는 맨산 회와 야채와 함께 넣고 초고추장으로 비벼낸 벌건 회무침. 전어회는 상추나 깻잎에 고추 마늘을 얹어 입이 터질 만큼 큼직하게 쌈으로 싸서 먹어야 제 맛이다. 전어는 구이도 별미다. 그 냄새가 얼마나 고소한지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갯마을 횟집의 전어회 맛은 다른 집과 달랐다. 회는 뼈를 발라낸 살과 여린 가시(꼬리부분)가 약간 있는 살로 내어 육질이 부드럽고 그 덕에 고소함도 더했다. 가시가 없어서 그런지 이 식당에는 가족이 많았다. 그러나 진미는 회무침에 있었다. 비결은 식초. “친정에서 늘 하던 대로 만든 자연초만 씁니다.”
김씨의 설명은 이렇다. 키위와 매실을 설탕에 삭힌(3년) 후 여기에 막걸리를 부어 20일쯤 묵혀 두면 흰 앙금이 가라 앉고 그 위에 맑은 물이 뜨는 데 이것이 천연 과일식초라는 것. 이 집 회무침은 모두 이 식초로 버무려 낸 것인데 전어살에 식초가 착착 배어 육질의 씹히는 맛과 고소함이 더욱 빛을 발한다. 그 식초는 식당 밖 장독대에서 볼 수 있다. 회(무침 포함)는 2, 3인분 한 접시에 2만원. 바다 냄새 상큼한 율포갯벌 바지락 조개탕은 덤.갯마을횟집은 해수녹차탕 부근 해수욕장의 송림가에 있다. 061-852-8103, 061-853-8103
<보성·율포〓조성하기자>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