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佛像)조각가가 성모자상을 만들어 천주교 성지에 설치해 화제다.
조각가 오채현씨는 경기 안성 대천성당 방상복 주임신부의 의뢰를 받아 성모자상을 조각해 이 성당이 운영하고 있는 미리내 성지내 실버타운 ‘유무상통마을’에 최근 설치했다. 지난해에는 가톨릭 신자인 최종태 전 서울대 미대 교수가 법정(法頂)스님의 권유로 관세음보살상을 제작,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 봉안한 바 있다.
오씨가 조각한 성모상은 한복을 입고 머리에 물동이를 이고 있고, 어린 예수상은 지게를 지고 있다. 성모상은 특히 물동이를 이느라 저고리가 올라가는 바람에 젖가슴까지 드러내고 있다.
방 신부는 지난해 부처님오신날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오씨의 ‘33석불 조각전’을 보고 감명을 받아 ‘아픈 사람을 감싸주는 성모를 보살의 모습으로 표현해달라’고 부탁했다.
오씨는 전통 불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불상을 제작해오고 있는데 이 점이 방 신부의 관심을 끌었다.
방 신부는 “평소 성모상이 너무 서구적인 형상을 답습하고 있는데 불만을 갖고 있었는데 오씨라면 한국적인 성모상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방 신부는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다석사상에서 본 불교와 그리스도교’로 석사학위 논문을 취득한 불교학도. 부처님오신날에는 인근 도피안사를 방문해 축하하고 도피안사 주지 송암스님은 답례로 성탄절에 대천성당을 찾기도 한다. 방 신부는 아침마다 수행삼아 108배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수원교구장으로부터 야단을 맞을 정도로 종교간 대화에 적극적이다.
오씨 역시 불교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개신교계 중학교(경주 문화중학교)와 천주교계 고등학교(대구 대건고등학교)를 졸업해 타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돌조각 분야의 명문 학교인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미술학교에서 공부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