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葛 藤(갈등)

  • 입력 2001년 8월 30일 19시 08분


葛 藤(갈등)

葛-칡 갈 藤-등나무 등脈-줄기 맥 蜜-꿀 밀 布-베 포筆-붓 필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는 한자단어 중 새나 짐승, 또는 식물 따위의 모습이나 특징에서 따온 것들이 많다고 한 적이 있다. 狼狽(낭패)니 狡猾(교활), 兎脣(토순·언청이), 駝背(타배·꼽추), 龜裂(균열) 등.

‘葛藤’도 좋은 예다. 둘 다 콩과에 속하는 다년생 낙엽식물로 덩굴이 수십m나 뻗는다. 뿌리도 깊숙이 뻗어 토양의 유실을 방지해 줄 뿐만 아니라 낙엽이 지면 훌륭한 비료 역할도 한다. 그래서 ‘땅의 치료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 중 葛은 우리말로 ‘칡’이라고도 하는데 옛날 군것질거리가 별로 없었던 시절 그 뿌리를 캐어 먹기도 했다. 학교가 파하기 무섭게 집으로 달려와서는 책가방 내던지고 괭이 하나 둘러메고 산에 오른다. 야산 어디에나 흔하게 자라고 있었으므로 쉽게 눈에 띈다. 좀 굵다 싶으면 마치 무슨 金脈(금맥)이라도 발견한 양 열심히 파들어 간다.

뿌리가 워낙 깊이 박혀있으므로 캐내기가 쉽지 않다. 팔뚝만한 칡뿌리를 캐어와 톱으로 토막내어 마치 검처럼 씹었다. 단 것이 귀했던 시절 군것질감으로는 그만이었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다.

칡뿌리를 한자로는 葛根(갈근)이라 한다. 지금은 차로 끓여 마시기도 하며 술을 담그는가 하면 즙을 짜내 마시기도 한다. 또 보랏빛 꽃은 훌륭한 蜜源(밀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칡은 옛날 삼(麻)을 경작하기 전에 그 대용품으로 사용되었다. 섬유질을 뽑아 천을 짜는데 葛布(갈포)가 그것이다. 삼베처럼 서늘하여 여름에 즐겨 입었다. 때로는 붓으로도 사용했는데 그것이 葛筆(갈필)이다. 그러고 보면 칡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藤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식물이 아닌가 한다. 칡과 똑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주로 아열대 기후를 보이는 중국의 남방에서 잘 자란다. 칡과 다른 것은 칡보다 줄기가 굵고 단단하여 껍질을 벗겨 가구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등나무 옷장이니 침대 따위가 그것이다.

葛藤의 가장 큰 특징은 줄기가 끊임없이 뻗어나간다는 점이다. 바위도 좋고 나무도 좋다. 주위에 기댈 만한 것만 있으면 가리지 않고 줄기를 뻗어 마구 휘감으면서 자란다. 워낙 단단하게 얽어매고 있으므로 제거하기도 무척 힘들다.

만약 사람에게 칡이나 등나무가 붙어 있다면 어떨까. 아마 귀찮고 짜증이 날 것이다. ‘葛藤이 생긴다’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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