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과 사회: 눈에 띄는 것은 만화평론가 이명석이 쓴 ‘넘치는 만화에 스스로 숨막히는 만화-만화가 문화 속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긴 제목의 글이다. 여기서 이씨는 “만화는 본질적으로 평면이고, 움직이지 않고, 책이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에 종속된 만화가 문화적 입지를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집은 ‘예술의 자율성, 그 한계와 가능성’을 다루었다.
◇ 세계의 문학: ‘지금, 세계는 문학을 어떻게 사유하는가’를 특집으로 다룬 것 자체가 문학의 위기감을 보여준다. ‘세계의 문학’ 편집위원인 박성창은 “80년대 소설이 너무 큰 사이즈의 옷을 입고 허둥거렸다면, 90년대 소설은 너무 작은 옷에 꽉 조여 움직이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한국문학의 부진은 외국문학에 대한 외면으로 직결된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 열린지성: 학술지나 계간지에 실린 글들을 재구성한 특집 ‘지식인론’이 눈에 띈다. 성심외국어대 배병삼 교수(정치학)의 ‘한국지성의 계보를 찾아서’는 ‘삼국유사’에 나타난 거사(居士)를 통해 토착 지성의 형태를 추적했고, 중앙대 김누리 교수(독문학)의 ‘독일 통일과 지식인’은 독일 통일 과정에서 지식인의 역할을 조명했다. 경상대 강수택 교수(사회학)의 ‘박정희 정권 시기의 지식인론 연구’와 한림대 전상인 교수(사회학)의 ‘세기말 한국의 지식인 담론 및 지식인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대표적 지식인의 지도를 그려준다. 특히 전상인 교수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후 부각된 신지식인론과 이에 대비되는 선비론을 예로 들면서 게릴라 지식인과 진보·좌파 지식인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