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의 전문가들이 쓴 이 두꺼운 책은 김대중 정부가 혼신의 힘을 다해 3년 반에 걸쳐 추진한 4대 개혁(금융, 기업, 공공, 노동)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이자 진지하고 치열한 문제 의식의 집대성이다.
참으로 우리 사회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한번쯤이라도 시시비비를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다가 몇 십 번이고 졸린 눈이 번쩍 떠지는 경험을 할지 모른다. 우리가 발 디디고 숨쉬고 있는 이 시대의 거대한 혼돈을 풀어헤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읽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수백 번도 더 붉은 줄을 칠 수 밖에 없는 책이다. 때론 그 통찰력에 경탄하면서 때론 의문을 표시하면서….
이 책의 저자들은 참여사회연구소, 제도경제연구회 등에서 연구활동을 해 온 사람들로, 일찍부터 김대중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해 ‘사회적 통합과 민주주의의 위기’ ‘국민경제의 대외종속’ ‘새로이 구축하려고 하는 영미형 경제시스템과 한국 현실의 부정합성’ 등을 주요하게 거론하며 비판적인 문제제기를 해 왔다.
이 책에 수록된 많은 논문들도 당연히 이들이 견지해 온 문제의식의 산물이다. 하지만 서문에서 밝혔듯이 ‘추상에서 구체로’, ‘현실의 대지’로 내려오려는 치열한 노력이 더해져 있다.
이 책이 여러 논문에 걸쳐서 거듭 강조하는 핵심적인 지적은 IMF방식의 구조조정이 ‘금융의 산업이탈과 탈국민화 공동화 양극화’를 초래하여 경제위기가 구조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를 거론하면서 비판의 칼날을 휘두르는 사람들의 글을 볼 때마다 항시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사회통합과 민주주의 위기, 대외종속의 위기 이전에 존재하는 가장 본질적인 위기인, 기업과 금융과 관료의 저열한 실력에서 발원하는 기업 생존위기 문제다.
이는 구체제의 모순인 비효율과 신체제의 모순인 무책임으로 인해 특히나 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는 대우자동차에 필자가 몸담고 있기에 더욱 예민하게 느낀다. 시스템과 전략의 문제 이전에 존재하는 각 경제주체들의 낮은 실력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된다. 이는 학자들이 추상에서 구체로 계속 하향하면 분명히 해명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우자동차나 하이닉스 반도체 같은 신구 시스템이 합작하여 연출한 대표적 졸작품들에 대한 사례연구는 이들의 문제 의식이 현실의 대지에 굳건하게 뿌리내리는 좋은 계기일 것이다. 또한 이는 추상과 구체에 관한 기업, 금융, 관료, 노동간의 대화를 풍부하게 함으로써 거대담론과 세부 정책의 정겨운 만남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김대호(대우기술연구소 선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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