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교수는 차와 난초의 향기를 좋아하고 독서와 음악 등을 즐기며 살아간다. 주위에서는 그를 “세속적인 욕심을 느낄 수 없는 의사”라고 평가한다.
그는 선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부친인 소아과 전문의 박이철 박사는 욕심이 없어1986년 숙환으로 숨지면서 자신의 모든 재산을 장학재단에 내놓았다.
박 교수는 베스트 중견의사에 선정된 것도 달가워 하지 않았다. 그는 “명의와 좋은 의사는 다르다”면서 “환자에게는 이름난 의사보다는 자신을 속속들이 알고 성실히 돌봐주는 의사가 최고이며 고혈압 치료에는 특히 그렇다”고 밝혔다.
-왜 그런가?
“고혈압은 평소 아무 증세가 없다가 갑자기 뇌중풍 심근경색 등 치명적 질환을 일으키므로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그런데 혈압은 재는 시간과 장소, 환자의 심리 상태, 컨디션 등에 따라 다르다. 정상인도 하루 중 수축기 혈압이 40∼50, 이완기 혈압은 10∼20㎜Hg 정도 오르내린다. 따라서 의사와 환자가 친밀해야 환자의 혈압 변화를 정확히 추적할 수 있다. 또 혈압은 수축기와 이완기의 두 가지가 있는데 두 가지 혈압 수치가 절대적 의미를 가진 것은 아니다. 혈압은 환자의 가족 병력, 흡연력, 스트레스 정도 등 다른 여러가지 요소와 함께 고려돼야 한다.”
그는 환자를 꼼꼼히 진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환자의 혈압은 간호사에게 맏기지 않고 자신이 직접 잰다. 다른 의사들은 5㎜Hg 단위로 눈금을 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는 2㎜Hg 단위로 재서 혈압의 미세한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또 한 환자를 최소 10여분간 진료하기 때문에 정오에 끝나야 할 외래 진료가 오후 3시경에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혈압 수치가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지만 어느 정도 기준이 있을 것 같은데….
“혈압은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잴 때 가장 높게 나오고 의사와 환자가 친밀할수록 낮아진다. 병원 혈압을 기준으로 수축기 160, 이완기 90 이상이면 다른 위험 요인이 없을 경우 식이요법과 운동 등 비약물 요법을 먼저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혈압 강하 효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에 약물 요법부터 들어간다. 약은 2가지 이상을 함께 먹는다.
수축기 140∼159, 이완기 90∼99이면 6개월 정도 비약물 요법을 적극적으로 시행해보고 혈압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 약물요법에 들어간다. 그러나 뇌중풍 심장병 당뇨병 등의 병력이 있든지 흡연 과음 등 위험 요소가 클 경우 처음부터 약물요법에 들어간다. 수축기 130∼139, 이완기 85∼89이면 대부분 약물 치료를 하지 않지만 뇌중풍 심근경색이 있었든지 심장 콩팥 뇌 등의 혈관 형태에 변화가 있을 경우 약물치료부터 시작한다.”
-이완기 혈압이 수축기 혈압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얘기가 있는데….
“한때 그렇게 여겼지만 지금은 ‘구문(舊聞)’이 됐다. 60세 이상은 수축기, 50세 이하는 이완기 혈압이 중요하고 50∼60세에는 둘 다 중요하다.”
-고혈압 환자는 운동을 해선 안되나.
“혈압이 아주 높을 경우 갑자기 운동하면 수축기 혈압이 올라가 뇌중풍 심근경색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약물 요법으로 혈압을 조절한 뒤 운동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 근육운동보다는 빨리걷기가 좋다. 중증 고혈압 환자에게 조깅은 위험하다. 심하지 않은 고혈압 환자는 운동을 하는 것이 혈압 강하에 좋다. 걷기운동, 자전거타기, 계단오르기 등이 좋으며 1주 4회 이상 한다. 시작할 땐 30분 정도 하다가 점점 시간을 늘리며 고혈압 약을 복용할 때엔 운동 직후 저혈당으로 기절할 수도 있으므로 정리운동을 길게 한다. 환자에 따라 맞는 운동과 양이 다르므로 병원에서 운동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저혈압도 병인가?
“아니다. 일부 희귀 질환에 걸렸거나 출혈이 있을 경우 2차적으로 혈압이 떨어지는 것은 위험하지만 평상시 혈압이 낮은 사람은 혈압이 높은 사람보다 오히려 오래 산다. 따라서 혈압이 낮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어떻게 뽑았나▼
울산대 의대 서울중앙병원 내과 박종훈 교수가 고혈압 분야의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됐다.
이는 동아일보사가 전국 16개 의대에서 고혈압 환자를 진료하는 순환기 내과 교수 42명에게 이 부문의 베스트 중견의사 5명씩을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박 교수가 고혈압 분야의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됨에 따라 서울중앙병원은 뇌혈관 질환(신경과 김종성 교수), 어른 심장질환(심장내과 박승정 교수), 어린이 심장질환(흉부외과 서동만 교수) 등 혈관 관련 질환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번에 추천된 중견 의사 중에는 고혈압을 ‘전공’으로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부전공’으로 삼고 있는 이들도 많았다. 이는 순환기내과 의사들이 예방적 차원의 고혈압 진료보다는 적극적으로 심장병 치료에 주력하고 있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다.
일부 의사들은 고혈압 분야의 권위자로 평가되는 노영무(고려대 안암), 이방헌(한양대), 배종화(경희대), 김현승 교수(연세대 영동세브란스) 등 50세가 넘는 교수들을 추천하기도 했다.
병원별로는 서울대, 연세대 세브란스, 서울중앙, 고려대 구로병원 등이 비슷한 점수를 얻어 ‘4강’ 구도를 보였다.
고혈압 부문 베스트 중견의사 | ||
이 름 | 소속 병원 | 세 부 전 공 |
박종훈 | 울산대 서울중앙 | 고혈압, 심장 재활치료 |
김철호 | 서울대 | 고혈압 임상연구 및 노화 규명 |
박창규 | 고려대 구로 | 고혈압, 심장질환 |
임세중 | 연세대 세브란스 | 고혈압, 판막증, 심장동맥 질환 |
유규형 | 한림대 성심 | 고혈압, 심장기능 저하증 |
신현호 | 성균관대 삼성제일 | 고혈압, 심장 질환 |
박정배 | 성균관대 삼성제일 | 고혈압, 심장 질환 |
장양수 | 연세대 세브란스 | 고혈압, 심장동맥 질환 |
정남식 | 연세대 세브란스 | 고혈압, 판막증, 심장동맥 질환 |
정명호 | 전남대 | 고혈압, 심장동맥 질환 |
탁승제 | 아주대 | 고혈압, 심장 질환 |
김경수 | 한양대 | 고혈압, 심장 질환 |
최석구 | 인제대 서울백 | 고혈압, 심장 질환 |
채인호 | 서울대 | 고혈압, 동맥경화증 |
오동주 | 고려대 구로 | 고혈압, 심장 질환 |
김종현 | 부산침례 | 고혈압, 심장 질환 |
홍경표 | 성균관대 삼성서울 | 고혈압, 심장 재활치료 |
안태훈 | 가천의대 중앙길 | 고혈압, 심장 질환 |
김덕경 | 성균관대 삼성서울 | 고혈압, 심장혈관 연구 |
정욱성 | 가톨릭의대 성모 | 고혈압, 심장 질환 |
채성철 | 경북대 | 고혈압, 대동맥 질환 |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