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날 뭘로 보는 거야. 이래봬도 한 번 하겠다면 하는 사람이라고….”
토요일 오전 회사 흡연실에서 사람 좋기로 소문난 J과장(36)의 금연 결심을 들은 후배 직원 L대리(32)는 상사의 ‘무리수’가 걱정됐다. 처음 시도하는 금연인 데다 시작하는 시점이 일요일이었기 때문이다.
“교회도 안 나가는 과장님이 D데이를 일요일로 정한 것이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더구나 이번 일요일엔 골프약속도 있다면서요.”
“골프와 금연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래.걱정하지말라고. 내기를 해도 좋아!”
L대리는 왕초보 골퍼인 J과장이 골프 스트레스로 금연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재차 월요일을 권했지만 상사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월요일 오전 막 출근하는 J과장에게 L대리가 물었다.
“공은 잘 치셨어요? 금연은….”
“응, 그게 말이야. 일요일이 내 생일이었는데…. 아내가 선물로 ‘금연패치’를 사주기로 했거든. 그런데 이 마누라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거야. 그래서 하루 미뤘어.”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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