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사 영업이사 출신인 한기호(43)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격주간 출판전문지 ‘송인소식’ 9월1일자에 “‘창비’ 운영이 자기중심적이고 폐쇄적이며 지난 시절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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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과 비평사 최원식 편집주간 인터뷰 |
한 소장은 그 근거로 계간 ‘창작과 비평’이 발간한 특집호 기고문 중에 ‘창비’ 편집위원 등 ‘집안식구’의 글이 대부분을 차지하거나 자화자찬이 많다는 점, 몇몇 인기작가의 작품을 입도선매해 출간해 안정적인 경영에 매달리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에 앞서 소장 비평가 권성우 교수(38·동덕여대)와 이명원씨(31)도 ‘창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달 20일 발간된 계간 ‘사회비평’(나남출판)에 실린 ‘창작과비평의 정체성을 묻는다’는 특집기획이 그것이다.
권 교수는 ‘창비’가 주요 사회현안을 성실하게 다루지않는 ‘지적 태만’과 권위적인 서평을 내는 ‘창비’ 2세대 평론가들의 ‘진보 권위주의’ 혐의를 제기했다.
이씨는 ‘창비’가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진보의 목소리를 내면서 상업적 소설로 실리를 챙기고 있다며 이를 ‘진보 상업주의’라고 공격했다.
이런 공격적 비판은 70,80년대 지식인들의 인기를 끌었던 ‘창비’가 더 이상 ‘문단의 성역’이 아님을 보여주는 상싱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1966년 창간 이래 113호를 낸 계간 ‘창작과 비평’은 판매부수가 1만5000부(정기구독 7000여부)로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문예지다.
창사 이래 가장 많은 비판에 직면한 ‘창비’측은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모든 비판을 ‘창비’에 대한 애정의 표현으로 생각하며, 앞으로 지면을 통해 반론을 펼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최원식 교수 |
편집주간으로 5년째 ‘창비’ 진용을 이끌고 있는 최원식 교수(52·인하대)는 “요 몇해 동안 ‘창비’가 한국 지식사회의 중요한 이슈에 대해 기민하게 발언하지 못했던 점은 편집위원들도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선악이 분명하지 않은 현대사회에서 이씨의 주장처럼 ‘무조건 비판하지 않으면 기회주의다’라는 식으로 몰아세우는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창비’가 신인 발굴에 소홀한 것은 문단에서 현실적으로 ‘창비’의 기준에 맞는 역량있는 작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며 “일각에서 ‘창비의 상업화’의 예로 거론한 은희경씨의 소설 ‘마이너리그’ 출간은 더 좋은 작품을 위한 중장기적 후원”이라고 해명했다.
최 교수는 “그동안 ‘창비’는 나름대로 꾸준히 ‘개혁’ ‘개방’을 시도해왔다”면서 “앞으로도 외부로 언로를 확대하고 편집위원의 토론을 활성화시켜 현실문제에 대한 발언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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