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나온 가수 조성모의 4집 ‘노 모어 러브’는 처음부터 100만장이 출시됐다. 물론 전국 유통망에서 쏟아진 선(先)주문은 이를 훨씬 웃돈다.
조성모의 ‘산업’적 가치를 이보다 명쾌하게 입증하는 사실은 없다. 전성기의 김건모 신승훈도 이보다 더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한 조성모의 소감이 먼저 궁금했다.
“기분 좋긴 해도 판매량은 큰 의미가 없어요. 그것은 비즈니스일 뿐, 나는 뮤지션입니다.”
새 음반의 타이틀곡 ‘잘 가요 내 사랑’은 어김없는 ‘조성모 표 비가(悲歌)’다.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들으면 눈물을 왈칵 쏟아낼 것 같은 최루성 발라드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장중한 사운드와 고독한 피아노 음의 조화가 그 슬픔을 한껏 고조시킨다.
조성모는 새 음반에서 ‘우요일의 비가’ ‘약속’은 작사 작곡을 했고, ‘다시 시작된 사랑’ ‘부탁’ ‘그대는 모릅니다’는 작곡을, ‘네버’는 작사를 했다. 음반 전체를 작곡가 이경섭과 프로듀싱하는 등 어느 때보다 ‘자기 목소리’를 많이 담았다.
조성모가 작사 작곡한 ‘우요일의 비가’는 스탠더드 재즈. 조성모 류의 발라드와 완전 딴판이다. 재즈 특유의 뱃소리를 끓어 올리는 창법이나 브라스 연주의 가미 등 마치 조성모가 맘먹고 자기 기량을 선보이려고 한 듯하다. 또 조관우의 가성을 듣는 듯한 ‘약속’이나 정통 발라드 ‘부탁’의 선율감도 빼어나다.
그는 특히 “이번 음반의 수록곡은 모두 타이틀곡”이라며 “팬들이 다른 노래를 불러 달라는데도 타이틀곡 위주의 방송 메커니즘 때문에 여의치 않다. 이 ‘이상한’ 시스템을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1998년 9월3일 데뷔한 조성모는 국내 가요계의 판도를 댄스에서 발라드로 바꿔놓은 가수. 첫 음반 ‘투 헤븐’, 2집 ‘슬픈 영혼식’, 스페셜 음반 ‘가시나무’, 3집 ‘아시나요’ 등 네 장의 음반이 무려 800만장 넘게 나가면서 발라드의 흥행 잠재력을 웅변했고, 많은 남녀 가수들이 그의 뒤를 이어 발라드 물결에 합류했다. ‘엽기’ 코드가 대중 문화를 지배했던 지난해에도 가요 팬들은 조성모 발라드를 으뜸으로 꼽았다.
그는 올해 10월 현 소속사인 GM프로덕션과 계약이 끝난다. 그의 재계약은 하반기 가요계 태풍의 눈으로 올해 초부터 30억∼60억원 설이 나돌고 있다. 재계약에 대해 밝힌 그의 입장.
“뮤지션의 입장에서 회사는 비즈니스적 ‘관리’를 잘 해, 내가 음악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재계약은 그런 회사를 찾는 작업이지요. 현 소속사는 현재까지 관리를 잘 해주고 있습니다.”
<허엽기자>he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