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서먹한 父子대화

  • 입력 2001년 9월 4일 18시 38분


증권회사 신입사원 L씨(26)와 공직에서 은퇴한 L씨의 아버지(63)가 집 앞 호프집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L씨의 아버지는 나름대로 아들과의 대화에서 공통분모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번 일요일에 북한산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자.”

“안돼요 아버지, 이번 주는. 다음주에 ‘투자상담사’ 자격증 시험이 있거든요. 공부해야 돼요.”

“그래? 그럼 오늘로 당분간 술은 마지막이구나.”

L씨의 아버지는 요즘 젊은이에게 인기 있는 흑맥주를 한 병 더 시켰다.

“친구들이 ‘중신’ 안 서주냐?”

“소개팅이요? 천천히 하죠 뭐. 요즘에는 결혼 늦게 하는 추세인데요, 뭐.”

부자지간의 대화는 며칠 전 있었던 박찬호의 등판 경기로까지 이어졌다.

“LA 마무리 투수 있지. 제프 쇼. 그 놈 때문에 찬호가 승리를 거저 먹었더구나.”

“아버지도 아시네요, 제프 쇼. 요즘 헤매더니 그날따라 이를 악물고 던져서 겨우 이겼죠.”

“찬호가 그날 제프 쇼한테 단단히 한잔 샀겠어.”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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