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귀를 혹사하면 영영 듣지 못할 수도 있는데….”
‘웬 참견이냐’는 눈길에도 개의치 않고 홍교수는 자기 소개를 한 뒤 간략하게 귀 건강법에 대한 ‘강의’을 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10명 중 절반 이상은 이어폰을 벗기 마련.
홍교수는 “갈수록 각종 소음과 스트레스 때문에 난청이나 귀울림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며 “특히 심한 소음에 장시간 노출돼 망가진 청각 세포는 원상 회복이 불가능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국내 귀 질환 중 가장 많은 것은?
“만성 중이염과 난청이다. 전체 귓병의 30%인 만성 중이염은 오래 방치할 경우 난청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주요 증세는 고막에 구멍이 생겨 고름이 나오고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이다. 만성 중이염 등 염증 질환이 원인인 난청은 대개 약물과 수술로 치료되지만 소음 및 노년에 의한 난청은 근본 치료가 힘들어 보청기를 착용해야 한다. 최근 증가 추세인 ‘돌발 난청’은 자가 면역질환과 바이러스 감염 등이 원인으로 30%는 약물 등으로 회복되지만 나머지는 효과가 없다.”
-특히 어린이들이 중이염에 잘 걸리는 이유는.
“어린이들은 주로 ‘삼출 중이염’에 잘 걸린다. 몸 속과 바깥의 압력차를 맞춰주는 고막내 ‘유스타키오관’이 세균 감염 등으로 이상이 생긴 때문이다. 1∼2개월내 약물 치료로 안되면 고막에 플라스틱 튜브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게 된다. 자녀들이 대답을 잘 안하거나 갑자기 집중력과 학업 성적이 떨어질 때는 검사를 받은 것이 좋다.”
-인공 달팽이관 수술 대상과 시기는.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거의 못 듣는 ‘선천성 청각 장애’가 대상이다. 물리적 신호인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는 귓 속의 달팽이관이 손상되면서 생긴다. 이 경우 인공 달팽이관을 귓 속에 이식하는데 수술 비용이 2500만원으로 비싼 것이 흠이다. 만 3살 이상이면 시술이 가능하다.”
-선천성 청각 장애는 왜 생기나?
“현재 국내의 선천성 청각 장애자는 5만여명이며 매년 1000명이 새로 생긴다. 임신 중 풍진 등 감염 질환에 걸리거나 약물 복용의 부작용, 유전적 요인 등이 원인이다. 특히 태아의 감각 기관이 형성되는 임신 3개월까지는 가급적 약물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활 속의 귀 건강법은….
“귀지는 세균과 이물질의 침입을 막는 ‘방어 시스템’이므로 면봉 등으로 자주 파내는 것은 좋지 않다. 자칫 귓 속에 상처가 나 염증을 일으키기 쉽다. 대화 소리는 60㏈, 작업장 기계음은 100㏈인데 80㏈ 이상의 소음에 몇시간씩 노출될 경우 청각 세포가 서서히 파괴된다. 따라서 공사장 등 소음이 심한 곳에선 시간당 10분씩은 귀를 쉬도록 해야 한다.”
▼홍교수는요...
경희대 의대에서 90년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웨이크 포레스트 의대에서 이과(耳科) 연수를 마쳤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이염과 난청. 최근에는 유아와 소아 난청의 조기 진단과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홍교수의 부친도 대구에서 수십년간 이비인후과를 개원한 유명한 ‘귀 전문의’다. 항상 친절한 미소로 환자들을 진료하는 홍교수의 별명은 ‘미스터 스마일’. 현재 대한이과연구회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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