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한국화가 석철주展…덧칠기법으로 은은하게 표현

  • 입력 2001년 9월 9일 18시 48분


'생활일기-주렁주렁 열렸네'
'생활일기-주렁주렁 열렸네'
담벼락에 비친 나뭇가지의 그림자일까, 아니면 초점 흐린 사진일까. 어렴풋한 흔들림으로 다가오는 나뭇가지, 꽃, 호롱박, 매화 등 자연의 사물들은 소박하고 고즈넉하다 .

한국화가 석철주씨(51·추계예술대 교수)의 초대전이 12∼26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스페이스 서울에서 열린다. 달빛이 시골 농가의 창호문 위를 스쳐 빚어진 자연의 그림자 같은 작품 20여 점이 출품된다.

이 작품들은 화가의 독특한 기법에 의해 만들어진다. 화가는 먼저 화포 위에 흰색이나 검정 색으로 바탕을 칠한 뒤 바탕색이 다 마르고 나면 그 위에 바탕색과 반대되는 검정 색이나 흰색을 덧칠한다. 이 덧칠이 마르기 전 화가는 물에 적신 붓으로 그림을 재빨리 그려내고 다시 그 위를 넓적한 마른 붓으로 여러 번 움직인다. 그러면 물의 작용으로 덧 바탕색이 지워지면서 아래의 원 바탕색이 형태를 갖고 드러나며, 마른 붓의 스침으로 이 형태는 다시 상하나 좌우로 퍼져 나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림은 물감이 은근하게 배어나는 아름다움을 준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씨는 “우리의 장이나 김치처럼 한 번 담가두면 겉으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으나 속으로는 발효되고 삭아 깊은 맛을 내는 ‘삭힘의 미학’이 나타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청전 이상범(1897∼1972) 타계 전 그의 문하에 들어가 5년 동안 전통한국화 기법을 익힌 뒤 산수화, 인물화, 장독 연작, 규방 연작 등을 그려 온 화가가 이번에는 ‘생활일기’를 주제로 난초꽃 매화 분재 호롱박 등 자연 속의 사물들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화가는 “조선시대 분청사기나 백자의 은은한 미감을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02-720-1524∼6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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