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심청', 춤과 소리의 만남…김매자-안숙선 합동공연

  • 입력 2001년 9월 11일 18시 39분


춤과 소리가 만난다.

춤꾼 김매자(57)와 명창 안숙선(53)이 18일부터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심청’을 무대에 올린다.

두 장르가 결합된 무대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공연처럼 명창의 ‘소리’와 창작 춤이 만나는 것은 아주 드믄 일이다.

10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의 연습실. 인터뷰 중 곧 쓰러질 것처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던 안숙선은 연습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심청가’의 한 대목을 구성지게 뽑아낸다.

“소리꾼에 따라 다르지만 원래 ‘심청가’를 완창하려면 3시간반에서 5시간은 걸리죠. 2시간의 작품으로 ‘심청가’의 진수를 전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안숙선)

‘생사별리’ ‘반포지효’ ‘수중연화’ 등 2막5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안숙선의 창에 맞춰 김매자 등 창무예술원 소속의 무용수 20명이 솔로 2인무 군무 등 다양한 춤을 선보인다.

김매자는 “소리와 춤이 하모니를 이루는 담백한 ‘맛’을 보여주고 싶어 음악 연주를 북으로만 하기로 했다”면서 “이번 공연은 춤으로 듣는 소리, 소리로 보는 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안숙선의 스승인 명창 김소희 선생과 얽힌 사연이 있다. 김소희 선생은 88년 서울올림픽 폐막식 때 공연된 김매자의 ‘떠나가는 배’를 본 뒤 “거, 참 좋네. 언제 춤과 소리가 만나는 작품을 같이 하자”고 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공연은 늦어졌고 95년 김소희 선생의 타계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이번에 안숙선이 대신 나서 13년만에 스승의 약속을 지키게 됐다.

소리와 춤에서 일가를 이룬 두 사람이지만 이번 공연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판소리의 참맛은 즉흥성이죠. 분위기에 따라 소리를 늘이기도 하고 빠르게 만들죠. 아무래도 춤을 의식할 수 밖에 없어 호흡이 자유스럽지는 않습니다.”(안숙선)

“소리에 춤을 얹는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요.”(김매자)

두 사람은 서둘러 ‘공부’(연습)하러 가야한다고 말했다. 아직도 공부가 필요할까?

“소리요. 고행길이죠. 어깨를 짓누르는 ‘웬수 놈’의 짐이예요. 아직 멀었습니다. 더 노력해야죠.”(안숙선)

그는 하루만 놀아도 몸과 소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했다.

김매자는 “관객은 속일 수 있어도 무대에 선 나는 속일 수 없다”면서 “머리 속에 작품에 대한 생각이 없으면 사는 게 불안해. 벌써 ‘노인네’라는 소리를 듣지만 무대에 서면 아직 나만큼 이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안숙선은 “공연에 쫓기느라 소리 공부가 모자란 게 아쉽지만 국악이 대중화될 수 있는 무대는 사양하지 않겠다”며 “대중가요처럼 흥얼거릴 수 있는 국악 가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전통무용인 부토의 조명 전문가 아이카와 마사키가 이번 무대의 조명을, 한진국이 세트, 의상, 조명, 무대와 객석의 분위기 등 무대 전반을 연출하는 ‘세노그라퍼’로 참여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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