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2차대전 참전용사들이 분노를 터뜨렸다. 발단은 최근 핀란드 북서부의 도시 카우스티넨에서 60여년만에 공개 연주된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핀란드 모음곡’.
이웃 나라 작곡가가 핀란드의 자연과 민속을 찬양해서 곡을 썼는데 왜 화를 냈을까? 여기에는 양국 근대사의 아픔이 담겨 있다.
1939년 공산당 지도부로부터 ‘부르조아적 작품만 쓴다’는 비판을 받으며 숙청의 공포에 떨던 쇼스타코비치에게 은밀한 지시가 떨어졌다. “핀란드 선율을 주제로 한 관현악곡을 12월 2일까지 완성하라”는 것. 쇼스타코비치가 곡을 마무리하던 중 11월30일 소련은 핀란드를 침공했다. 작품은 침략당할 핀란드 국민에 대한 문화적 유화책의 일환으로 쓰여졌던 것이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작품을 작품 목록에서 숨겨 버렸지만, 최근 그의 아내인 이리나가 남편의 전 작품들을 가감 없이 출판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곡이 결국 햇빛을 보게 됐다.
참전용사들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인 대부분의 반응은 호의적. 음악팬들은 “전체주의의 압력에 시달리던 쇼스타코비치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품에 삽입된 일곱 곡의 핀란드 민요 중 특히 ‘푸르고 흰 하늘’ ‘딸기는 붉어’가 눈길을 끌었다. 파랑과 흰색은 핀란드 국기에 쓰인 핀란드의 상징색. 붉은 색은 당연히 공산주의를 상징한다. 몇몇 음악평론가는 “쇼스타코비치가 두 곡을 사용해 핀란드 국민에 대한 자신의 미안함을 나타내려 했다”고 분석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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