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주들은 1997년 ‘리빌레이션 시리즈’란 이름으로 국내에 일부 선을 보였고, 최근 예당 클래식스가 아시아지역 독점 판권을 확보해 선별 발매에 나섰다.
이번에 발매된 음반들의 면면은 군침이 돌 정도다. 다닐 샤프란이 연주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므라빈스키 지휘 레닌그라드 필의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스비야토슬라프 리히테르가 독주자로 나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등이 리스트에 올랐다.
가장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음반은 샤프란의 바흐 연주. 3번 소나타의 ‘지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정밀함이 듣는 사람을 벌떡 일어나게 한다.
예프게니 키신이 불과 10세 때 연주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도 탄탄한 팔 힘이 뒷받침된 치열한 연주로 시종일관 흥분된 분위기를 빚어낸다.
그러나 ‘공개’를 전제하지 않은 이 녹음들이 모두 시종일관 유려한 연주를 펼쳐낸다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테미르카노프가 지휘하는 프로코피에프 ‘고전 교향곡’의 서두에서처럼, 앙상블이 뭉개진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예당 측이 자랑하는 ‘음질’은? 예당 측은 “구 소련 KGB의 도청기술을 응용해 잡음을 제거했고, 귀에 편하게 들리도록 주파수 대역을 조정 (이퀄라이징) 했다”고 밝혔다.
결과는 음반마다 차이가 있다. 대 편성 관현악에서는 같은 악기가 솔로로 등장할 때와 합주 속에 묻힐 때 음색이 완전히 변해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잡음이 줄어들면서 ‘공간감’까지 없어지는 묵음(默音)상태가 나타나 종종 분위기를 깨기도 한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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