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마지막 상권〓9일 오후 하나로클럽 매장 앞. 주말을 이용해 쇼핑을 나온 쇼핑객들의 승용차가 청계산로 진입로에서부터 수십m 줄을 서있다. 인근 서초구나 강남구에서 온 가족 단위 쇼핑객들이 몰고 온 차량이 대부분이지만 멀리 경기 과천이나 성남에서까지 찾아온 쇼핑객들도 눈에 띈다. 하나로클럽 관계자는 “청계산 유원지가 가까이 있기 때문인지 주말이면 쇼핑과 나들이를 함께 즐기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화물트럭터미널과 농축산물 물류센터 등 물류기지 역할을 해온 양재동은 서울의 ‘변두리’에 속했던 곳. 하지만 90년대 후반을 전후해 대규모 도소매 유통센터가 속속 들어서면서부터 사람과 물류가 몰리면서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양재동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첫 주역은 98년 농협에서 문을 연 하나로클럽 양재점.
이어 회원제 할인매장인 ‘코스트코’가 인근에 문을 열었으며 농수산물유통공사 등 대형 유통시설도 앞다퉈 들어서고 있다. 여기에 전국 최대규모의 화훼시장과 양곡도매시장 등이 가세, 주말이면 값싸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이나 꽃과 나무를 구입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99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올해 초 현대기아자동차 본사가 이 지역으로 사옥을 옮기면서 ‘비즈니스 지역’으로서의 면모도 갖춰가고 있다.
두 곳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수만 600여명과 1500여명. 현대자동차 홍보실 민경환 과장은 “본사 업무가 대부분 인트라넷 등 전산망을 통해 처리되기 때문에 업무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쾌적한 환경 때문에 직원들도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인근 주택 및 상가지역도 동반효과를 누리고 있다. 상가와 주택가가 밀집한 양재2동에는 최근 들어 음식점 술집 등이 크게 늘면서 상가 임대료가 20∼30%가량 상승했다. 이 지역 부동산업소의 한 관계자는 “인근에 현대기아차가 들어서면서 유동인구가 급증, 원룸 등의 전월세 가격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고 밝혔다.
▽‘미완의 진주’ 양재동〓양재동의 강점은 양재대로 주변에 아직도 대규모 미개발 부지가 많아 앞으로도 발전 여지가 풍부하다는 점. 지역 관계자들도 “현재까지개발이이루어진 것보다 앞으로 발전할 여지가 더 큰 지역”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인 원지동 지역이 추모공원 건립과 함께 그린벨트가 해제될 예정이어서 인근 지역의 상권은 더욱 활성화할 전망이다.
구청측은 최근 1만여평에 달하는 금호고속 정비공장 부지에 대형도매센터 건설이 추진되고 있고 이어 화물트럭터미널 부지에도 대형상업시설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조남호 서초구청장은 “물류기지 등으로 사용되던 부지에 도매센터 등 상업시설을 지으려는 소유주들이 늘어나면서 대형상업지역으로의 부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도시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서울시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