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만년전 '돌들의 향연'…'한국 구석기 문화'특별전

  • 입력 2001년 9월 12일 18시 25분


250만년전부터 1만년전까지였던 구석기 시대는 인류 문화의 뿌리다. 그 구석기시대를 탐험하려면 ‘돌’을 이용해야 한다. 바로 타제석기(打製石器). 구석기인들이 돌을 깨서 생활도구로 활용한 석기다. 그러나 보통사람에겐 구석기시대 타제석기나 길가의 돌덩이나 모두 똑같아 보인다. 과연 어떤 것은 타제석기이고 어떤 것은 단순한 돌멩이일까.

이같은 흥미로운 질문에 답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연세대 중앙박물관과 한국구석기학회 주최로 14일부터 10월24일까지 연세대 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구석기 문화의 자취를 찾아서-한국 구석기연합전’. 국내에서 열리는 구석기 관련 첫 종합 전시회다.

1964년 충남 공주 석장리에서 처음 구석기 유적을 발굴(북한에서는 1963년 함북 웅기 굴포리 유적 발굴)한 이후, 전국의 63개 구석기 유적에서 발굴된 구석기 유물을 총체적으로 조감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타제석기를 중심으로 동물뼈 화석 등 1400여점이 전시된다. 청원 두루봉 동굴에서 나온 구석기시대 어린이 두개골과 이를 토대로 복원한 얼굴 조각도 함께 전시된다. 출토 유물이 전시되는 주요 유적은 전기 구석기 유적(250만년전∼13만년전)인 경기 연천 전곡리와 경기 파주 주월리, 중기 구석기 유적(13만년전∼3만5000년전)인 대전 용호동과 충남 공주 석장리, 후기 구석기 유적(3만5000년∼1만년전)인 강원 철원 장흥리, 충북 단양 수양개 유적 등.

구석기 유물의 대부분은 주먹도끼(돌도끼) 자르개 찌르개 긁개 밀개 등 석기. 이번 전시는 무수한 돌들을 만날 수 있는, 돌들의 향연이다.

구석기시대의 타제석기와 일반적인 길가의 돌멩이를 구분짓는 기준은 ‘돌을 깬 인공의 흔적이 남아 있는가’이다. 이를 확인할 수 있으려면 고도의 훈련과 안목이 필요하지만 이번 전시를 눈여겨 보면 자연스레 감을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선 구석기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전기 구석기시대의 석기는 크고 단순한 석기. 그러나 후기 구석기시대로 가면서 석기는 작고 정교해진다. 특히 두께 1∼2㎜, 폭 4∼5㎜, 길이 30㎜ 정도의 정교한 돌날은 보는 이를 놀라게 한다. 돌을 이용해 큰 돌에서 미세한 돌날을 떼낸 것인데 마치 칼로 연필깎듯 깎아낸 것으로 착각하게 될 정도다. 구석기인들은 ‘돌의 달인(達人)’이었고, 후기 구석기시대의 정교한 석기들은 지금으로 치면 ‘첨단 하이테크 제품’이었던 셈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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