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중견의사]콩팥질환/서울대병원 안규리 교수

  • 입력 2001년 9월 16일 18시 57분


여성으로는 처음 ‘베스트 중견의사’에 선정된 서울대병원 내과 안규리 교수(46)의 영문 이름은 ‘Curie Ahn’.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받은 마리 퀴리 박사의 성과 영문 철자가 같다.

주위 사람들은 “안 교수는 평생 천재성과 소녀성을 유지했던 퀴리 박사와 마찬가지로 ‘티가 없는’ 의사”라고 말한다.

서울대병원 12층에 있는 그의 연구실 벽에는 아이들 사진이 10여장 붙어 있다. 모두 후배들의 자녀 사진이다. 그는 아기와 어린이를 무척 사랑한다. 그는 아직 미혼이다. 주위에 너무 많은 ‘사랑’이 있어 한 사람만을 선택할 수 없었다는 그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건네왔다. 그는 매달 두 번씩 서울의 동성고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무료 진료 활동을 하는 ‘라파엘 클리닉’의 핵심 멤버다.

라파엘 클리닉은 서울대의대와 가톨릭의대 등의 의사 20여명을 비롯해 의료진 80여명이 외국인 근로자를 돌보는 봉사모임. 그는 이 모임에서 사용되는 매달 700여만원의 약값을 마련하지 못해 ‘부도’가 날까 걱정이다. 그에겐 선배나 독지가를 찾아다니며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인체의 필터’라고 불리는 콩팥은 어떤 기관인가.

“일반인들은 콩팥을 핏 속의 노폐물을 거르는 ‘필터’로만 알고 있지만 150g짜리 강낭콩 두 쪽과도 같이 생긴 이 장기는 인체에서 산과 염기, 전해질, 수분 등의 균형을 맞추는 주요한 일을 한다.

과학자들은 최근 콩팥의 호르몬 분비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콩팥은 △혈압을 조절하는 레닌 호르몬 △조혈모(造血母)세포가 적혈구를 만드는데 ‘방아쇠’ 역할을 하는 조혈 호르몬을 분비한다. 또 뼈의 성분을 유지하는 비타민D를 활성화하기도 한다. 인체를 방으로 비교한다면 콩팥은 정교한 필터가 있는 공기정화 장치인 것은 물론 온갖 기능을 갖춘 ‘자동 환경 조절 시스템’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시스템은 어떤 식으로 고장나는가?

“급성 콩팥기능저하증은 수술 뒤 일시적으로 콩팥에 피가 공급되지 않거나 유행 출혈열 등으로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급성’은 신체 변화로발병 여부를 알 수 있는데다 제대로 치료받으면 낫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는 경우가 적다. 문제는 만성 콩팥염이다. 콩팥은 80∼90%가 망가질 때까지 별다른 증세가 없는 경우가 많다. 콩팥 질환이 진행될 때 정상 조직이 ‘이를 악물고’ 고장난 곳의 일까지 대신 해주기 때문이다. 증세가 나타나서 병원에 온 환자는 이미 중증으로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콩팥 질환을 일으키는 요인에는 어떠한 것이 있나.

“예전에는 모세혈관이 둥근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 혈액의 노폐물이 걸러지는 장소인 ‘사구체(絲球體)’가 손상되는 사구체 콩팥질환이 가장 많았다. 이는 인체 면역시스템의 이상 반응으로 생기는 것이다. 최근에는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생기는 콩팥염이 가장 많다. 당뇨병이 진행되면 당(糖)이 콩팥 세포들에 영향을 미쳐 딱딱하게 만들어 기능을 못하게 한다. 고혈압도 사구체를 망가뜨린다. 또 유전 질환으로 인해 콩팥에서 물혹이 생겨나 정상 조직을 대체하는 다낭 콩팥증도 있다.”

-콩팥 질환을 조기에 알 수는 없나?

“증세가 없는 경우가 많지만 조기에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고 발견하면 약물치료와 식이요법, 운동요법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소변에서 거품이 나오거나 색깔이 변한 경우, 소변 검사 때 단백뇨 요잠혈 등의 이상 소견이 나온 때, 다리나 발이 붓는 경우 등엔 즉시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조기 치료를 놓치면 투석을 받아야 한다는데….

“맞다. 투석(透析)은 혈액을 정제하는 것을 가리킨다. ‘투석〓인생 끝’이라며 거부감을 느끼는 환자도 있지만 치료 원칙에 충실히 따르면 정상인의 80%까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투석에는 매일 네 번 받는 복막투석과 1주 2, 3번 받는 혈액투석이 있다. 복막 투석은 배꼽에 튜브를 꼽는 시술을 받은 뒤 환자 자신이 이 튜브를 통해 ‘복막 투석액’을 넣어 뱃속 혈액을 청소하는 것. 15분 동안 투석액을 넣고 빼는 과정을 거치면 6시간 동안 표시나지 않으므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받을 수 있다. 요즘에는 자면서 복막투석을 하는 장치도 보급되고 있다. 또 혈액투석은 환자가 매주 2, 3번 병원에 가서 두 개의 혈관주사를 꽂은 다음 한쪽으로 빠져나간 혈액이 혈액투석기에서 걸려져서 다른쪽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콩팥 이식은 어떤 경우에 받나.

“말기 콩팥염 환자는 혈액형이 적절한 콩팥을 이식받아 새 삶을 얻을 수 있지만 기증자가 너무 적어 수많은 환자들이 이식을 기다리다가 숨지곤 한다. 이 때문에 각국에서는 돼지의 유전자를 조작해 사람의 면역계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한 뒤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異種)이식’에 대해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에서도 이종이식에 대해 연구 중이다. 그러나 당분간 동종(同種)이식 밖에 없다. 장기기증 운동의 활성화가 절실하다.고귀한 생명을 구하는 사랑의 기쁨을 보다 많은 사람이 누리기를 빌 따름이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 어떻게 뽑았나

서울대병원 내과 안규리 교수가 콩팥 질환 분야의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됐다. ‘메디컬 프런티어’ 15회째만에 여의사가 베스트로 뽑힌 것이다.

이는 동아일보사가 전국 14개 의대에서 콩팥 질환을 치료하는 내과 및 소아과 교수 43명에게 △가족 중 콩팥 질환 환자가 있으면 맡기고 싶고 △치료 및 연구 실적이 뛰어난 의사 5명씩을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양철우 교수는 안 교수에 버금가는 추천을 받아 방병기 교수로 대표되는 강남성모병원 신장내과팀의 명성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서울대병원의 한진석 교수도 전국의 의사들로부터 고른 추천을 받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서울대병원 정해일 교수를 비롯해 경희대병원 조병수, 서울중앙병원 박영서, 고려대 안암병원 유기환 교수 등 소아과 교수들도 거론됐다. 그러나 설문에 응한 교수들이 주로 내과 소속이었고 아직 소아신장과가 독립된 병원이 적어 소아과 교수들이 내과 교수들에 비해 추천을 적게 받은 것으로 풀이됐다. 병원별로는 서울대병원, 강남성모병원, 서울중앙병원, 경희대병원 등의 순이었다.

◆ 콩팥질환 베스트 중견의사

이 름

소속 병원

세부 전공

안규리

서울대

다낭 콩팥증, 콩팥 이식

양철우

가톨릭대 강남성모

콩팥 이식, 사구체 콩팥염

한진석

서울대

산 염기 전해질 대사장애

하성규

연세대 영동세브란스

급만성 콩팥 질환

이태원

경희대

고혈압 당뇨병으로 인한 콩팥질환

임천규

경희대

사구체 콩팥염

최규헌

연세대 세브란스

급만성 콩팥 질환

정해일

서울대(소아과)

어린이 콩팥 질환

김순배

울산대 서울중앙

고혈압에 의한 콩팥질환, 투석요법

김근호

한림대 한강성심

산 염기 전해질 대사장애

조원용

고려대 안암

급성 콩팥기능 저하증

최기철

전남대

콩팥 생리학

박수길

울산대 서울중앙

투석요법, 콩팥 이식

이상구

울산대 서울중앙

투석요법, 콩팥 이식

오하영

성균관대 삼성서울

콩팥 이식

김용림

경북대

투석요법

채동완

한림대 한강성심

콩팥 이식

김대중

성균관대 삼성서울

복막 투석

김수완

전남대

급성 콩팥기능저하증, 사구체 콩팥염

김문재

인하대

콩팥 이식

차대룡

고려대 안산

콩팥기능저하증, 콩팥염, 인공콩팥

이강욱

충남대

만성 콩팥질환, 고혈압, 이식, 투석

강신욱

연세대 세브란스

당뇨병 탓 콩팥질환, 만성 콩팥질환

강덕희

이화여대 동대문

사구체 콩팥염, 투석요법

박성배

계명대 동산

급만성 콩팥질환

김도헌

아주대

신장 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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