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두 번에 걸친 오일 쇼크 이후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은 기업의 중요한 전략적 과제가 되었다. 이후 경영자들은 기획실이라는 부서를 만들게 되었고, 시나리오, 장기전략 등의 도구를 활용해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왔다. 특히 정보 기술의 발달과 지식의 급속한 확산과 함께 도래한 정보화 시대에 기업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예측 불가능하고 급속한 환경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환경 변화 시대에 기업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기업을 운영해온 근본적인 틀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제조-판매 모델이 기업의 핵심 패러다임이었지만,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는 ‘적응성’을 중시하는 감지-반응 모델이 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문제는 기업이 진정한 적응력을 갖추려면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를 받아들이고 정보를 특수한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리더와 종업원들도 기존과는 아주 다른 새로운 행동과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결국 전통적인 기업 운영 방식을 고수하기보다는 새로운 적응 기업으로 변신해야만 진정한 감지-반응 기업이 될 수 있다.
우선 저자는 지금까지 기업 운영 방식인 ‘명령과 통제(command and control)’ 대신에 ‘기본틀의 제시와 조정(context and coordination)’을 강조한다. 예측 불가능한 환경 변화 속에서 일일이 지시와 통제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직의 존재 이유, 지배 원리, 상위 수준의 사업 설계 등 조직의 일차적인 목적과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조직구성원이 해야 하는 것과 절대로 해서 안 되는 것 등을 포함한 기본틀을 제시하고 공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기본틀은 책임이 있고 권한이 부여된 구성원들에게 조직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고, 행동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알려 준다.
조직의 기본틀이 개발·적용되고 나면 그후 조직 행위 혹은 기업 활동을 기본틀과 일치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경영자들의 또 다른 임무이다. 조직의 유연성은 개인이나 집단에게 예기치 못한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자율성이 부여될 때 비로소 발휘될 수 있다. 직원들의 행동 방식을 사전에 규정해서는 돌발적인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따라서 리더는 조직 구성원의 행위를 감독하기보다는 책임을 부여하고 권한을 확대시킨 구성원들의 공약(commitment)을 조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최근 발생한 끔찍한 테러 현장에서 미국 기업들이 보여준 민첩한 대응과 사후 수습은 한국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이제 적응은 기업 경영의 당면 이슈다.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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