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과학적이라는 모든 예측에 대해 신랄한 야유를 보내고 있다. 예측은 과학적이지 않다. 단지 과학적인 척 할 따름이다. 고대인들이 점성술을 숭배하듯 현대인들은 과학을 숭배하지만 과학은 과거를 향해서나 성립하는 것이지 미래를 향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신문 잡지 등의 경제란은 날마다 경제에 대한 숱한 전망으로 채워진다. 하지만 진지한 체 하는 경제전망은 실은 과학이 아니라 문학에 가까운 것이다. 그건 누가 그럴 듯한 설명을 하느냐의 문제이지 그 전망이 실현되느냐는 문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미래를 알고 싶으면 차라리 동전을 던지라’고,‘그게 골치도 아프지 않고 돈도 싸게 먹히고 맞을 확률도 높다’고.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의 하나는 점쟁이일 것이다. 미래예측에 대한 갈망은 현대로 올수록 더 심해진다. 오늘날 컨설던트라고 불리며 ‘예측산업’으로 먹고 사는 현대의 점쟁이들의 수는 미국에서만 20만여명에 이르고 그 규모도 수천억달러에 달한다. 이제 수많은 예측을 되돌아보고 점검해볼 시간을 갖게 된 지금 저자는 너무나 많은 예측이 틀렸음을 알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경기의 전환점을 알아맞추지 못한다면 이코노미스트로서는 실격이다. 미국의 빅3 예측회사인 와튼계량경제예측연구소(WEFA), 데이터리소스(DRI), 체이스 이코노메트릭스 등은 1974년의 심각한 경기침체를 예측하지 못했으며 1929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것인 1980년의 경기후퇴도 그토록 심각할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다.
미국 경제를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는 연방준비위원회(FRB)도 1980년과 95년 사이에 6번의 예측 중 3번 정도 GNP 성장률의 전환점을 맞췄으며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한건도 맞추지 못해 예측 적중률이 38%에 그쳤다. 이같은 예측력은 흔한 추측정도의 수준이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30년 동안 경제정책의 최대실수는 예측능력을 과신한 것’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주가 예측은 팔 때와 살 때를 알아맞추지 못하다면 소용이 없다. 주가 분석은 보통 테크니컬 분석과 펀더멘탈 분석 두가지로 나뉜다. 주가변동에는 거의 규칙성이 없다는 것이 데이터로 실증되고 있으며 따라서 테크니컬 분석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MIT 시카고 스탠포드대학 등의 학자들이 주관한 연구들은 테크니컬 분석으로 시장평균을 상회하는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펀더멘탈 분석은 ‘내부자 거래’라는 죄목으로 감옥에 갈 각오를 하고 시장보다 먼저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면 몰라도 남들과 똑같이 정보를 입수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사람들은 흔히 일기예보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에 기상예측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저자는 이런 농담을 던진다. 왜 하나님은 경제학자를 만들었을까. 정답은 기상 예측가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옮김, 원제 ‘The Fortune Sellers’(1998).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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