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직 휴가를 다녀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광고회사 직원 김민정씨(28·여)의 답변이다.
“비수기 때는 항공권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추석과 연결하면 휴가를 더 길게 다녀올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여름보다 가을 휴가를 좋아합니다.”
‘휴가는 여름에 간다’는 통념이 깨지고 있다. 대신 관광객들이 적어 상대적으로 싼 비용에 제대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가을에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홍보회사에 다니는 정광명씨(29)는 10월 중순 ‘오지로의 여행’을 계획중이다.
“남들 다 놀 때 더 열심히 일하면 회사에서 인정받을 수 있고 더 여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입니다.”
정씨에게 휴가는 단순한 휴식이 아닌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격주 휴무제를 이용해 짧은 가을 휴가를 여러 번에 걸쳐 즐기려는 이들도 있다.
자동차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제인주씨(30)는 “월차와 토요 휴무를 이용해 가을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면서 “여름이 되면 의무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휴식을 만끽하고 싶을 때 가는 것이 진짜 휴가”라고 말했다.
든든한 경제적 기반을 바탕으로 획일적인 틀을 탈피하고 자유로움을 만끽하려는 보보스족도 가을철 ‘황제 휴가’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중간고사 기간을 이용해 바캉스를 즐기려는 ‘실속파’들도 있다. 시험 전후 기간을 활용하면 수업에도 큰 지장이 없기 때문. 특히 방학 동안에 영어 공부를 위해 해외에 어학연수를 다녀오거나 학원을 다니거나 계절학기를 듣는 등 여름방학 동안 바캉스다운 바캉스를 즐기지 못한 대학생들에게 10월 중순 중간고사 기간은 휴가를 만끽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셈. S대 경영학과 4학년 양지연씨(23)는 “취업 준비를 위해 여름 방학 내내 영어 공부에 매달려 몸과 마음이 지쳤다”면서 “마지막 학기라 수강과목도 적고 그것도 대부분 보고서로 대체돼 일주일 정도 해외여행을 다녀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을철에 휴가를 즐기려는 ‘황제 휴가족’을 겨냥한 여행 상품도 등장했다.
클럽메드는 가을 바캉스를 즐기려는 20, 30대 젊은 남녀를 위해 14, 18일 모두 2회에 걸쳐 3박5일간 일정으로 말레이시아의 채러팅 비치에서 ‘알쿠디아 해변 싱글 파티’를 연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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