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3년만에 컴백 신효범 '단순하게 살자, 음악을 위해'

  • 입력 2001년 10월 8일 18시 41분


‘단순하게, 단·순·하·게…. 언제쯤 그 많은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

3년 만에 복귀한 신효범(36)은 새 음반의 에필로그를 이렇게 적었다. 일상마저도 복잡한 생각을 요구하는 삶. 그 질곡을 벗어나 진정 노래와 음악만을 간직하고 살아갈 수는 없을까?

새 음반은 노래와 음악만을 추출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타이틀곡 ‘엘리뇨’는 고혹적이고 신비롭다. 그냥 발라드라고 분류하면 싱겁기 그지없다. 노래 인생 14년을 맞은 신효범의 야심이 녹녹치 않다는 듯 실험적인 시도가 배어 있다. 수수께끼 같은 느낌의 곡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독일의 그룹 ‘이니그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엘리뇨’는 ‘엘 니뇨’를 발음대로 옮긴 것. ‘엘 니뇨’는 남미에 인접한 대서양의 용솟음으로 기상 이변을 가져오는 자연 현상이다. 신효범은 “엘 니뇨가 가져오는 재난이 거셀수록 그 뒤의 삶은 더 찬란하다는 메시지를 지녔다”고 말한다. 이 곡은 신효범이 먼저 제목을 지어놓고 가사를 의뢰할 만큼 자전적인 이야기다.

그는 3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는 원래 ‘방콕족’이어서 생활비가 크게 들지 않는 데다 약간 있는 돈을 파먹고 살았다고 털어놓는다.

“노래 같지도 않은 노래, 가수 같지도 않은 가수들이 판치는 데 울화가 치밀었어요. 방송계에도 그 가벼움을 선별할 만한 전문인들이 한줌뿐인 것 같고…. 그런 소용돌이에 내가 맞서겠다고 나서봤자 공허한 메아리만 울리지 않겠어요.”

그런 낭패감을 추스리고 다시 일어선 뒤 내놓은 새 음반은 ‘노래 같은 노래’들로 며칠만에 3만장 이상 팔리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육성의 작은 떨림까지 담아낸 발라드 ‘기다림’, 보컬이 주는 매력을 가득 채운 ‘준비된 사랑’, 육성의 호소력과 기타의 익살이 조화를 이루는 ‘황조가’, 랩과의 접목이 전혀 어색하지 않는 ‘하이 라이프’ 등이 호평 받는 노래들이다.

“‘깊이 있다’는 평을 들어 다행입니다. 30대 중반을 넘은 선배가 작은 본보기가 될 만한 음반을 내놨다는 소리를 듣고 싶거든요.”

이번 음반 작업에서 여러 작곡가들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도 나름의 수확. 신효범의 고집이 세다고 알고 있는 일부 작곡가들의 선입견을 ‘교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재킷은 민중판화로 유명한 판화가 이철수씨의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신효범은 출시중인 정사각형의 재킷으로는 그 의미를 완전히 전할 수 없어 11월 중순경 직사각형의 재킷을 한정 발매한다.

그는 쉬는 동안 두어 번 맞선을 봤다. 한 사람과는 두 번 더 만났는데 성사되지 못했다.

“단순하게, 음악만 생각하라는 뜻인 것 같아요.”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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