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게 되는 문화 텍스트들을 기호학을 통해 읽으면서, 그 속에 감춰진 의미들을 발견하게 될 때 우리는 커다란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그런 즐거움은 삶을 빛나게 하고 마음을 넓혀주며 우리의 영혼을 기쁘게 한다.”
미국 마운트 버논 나자렌대 커뮤니케이션학 교수인 저자는 그래서 “기호학의 힘은 엄청나다”고 말한다. 기호학은 세계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텍스트를 분석, 음미하는 해석 방법을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이 책은 기호학을 어떻게 응용하는가에 대한 이론만이 아니라, 기호학이 예술과 대중 문화와 실천에 응용된 구체적 예들을 보여준다. 저자는 “독자가 이 책의 어떤 장을 읽고 나면, 읽은 것을 곧장 다른 텍스트에 적용시켜서 스스로 하나의 독립된 글을 써내거나 어떤 담론을 엮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밀란 쿤데라의 ‘에드워드와 신’, 김병기 화백의 그림, 드라마 ‘모래시계’, 영화 ‘서편제’, ‘앱솔루트 보드카’ 광고 등을 기호학으로 풀어내면서, 그는 기호학의 응용을 보여준다.
예컨대, 저자는 1995년 1월부터 6주 동안 TV에서 방영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모래시계’의 인기 원인을 독재 정치하에서 ‘말해서는 안 되었던 것들’을 ‘말해도 되는 것들’로 뒤바꿔 놓았다는 사실에서 찾는다.
그는 볼프강 이저의 ‘공백’과 ‘부정’ 개념을 이 드라마에 적용한다. ‘모래시계’는 이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역사의 모든 대립과 갈등과 투쟁의 ‘부정적’ 함수관계를 드러내고, 이런 부정적 속성으로 인해 군사 독재 정부가 역사에 멋대로 만들어 놓은 ‘공백’을 들여다보게 해 준다.
저자는 결국 ‘모래시계’가 “말할 수 없었던 것을 보여준 동시에 보여줄 수 없었던 것을 말해 준 텍스트”라고 풀이하면서, 이제는 “새로이 흐르는 모래를 보며, 우리는 말할 수 없었던 역사에 침잠할 시간을 가져 봐야겠다”고 말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