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334)]癒 著(유착)

  • 입력 2001년 10월 14일 18시 59분


▣癒 著(유착)

癒-병 나을 유 著-붙을 착 腹-배 복

胸-가슴 흉塞-막힐 색 庇-감쌀 비

‘병들어기댈역’(병들 녁)이 있는 글자는 모두 ‘병’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疾病(질병), 痛症(통증), 痼(고질 고) 등. 愈는 愉, 곧 ‘낫다’, ‘기분이 좋다’는 뜻이다(愉快). 그러니까 병(병들어기댈역)이 나은 것(愈)이 癒다. 治癒(치유), 快癒(쾌유)가 있다.

한편 著은 본디 ‘현저하다’, ‘저술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었지만 옛날 중국 殷(은)나라 때에 사용했던 술독의 이름이기도 했다. 자그마한 키에 입이 넓고 배가 불룩하여 서너 말쯤 들어가는 큰 항아리로 다리가 없어 바닥은 직접 땅에 닿아 있다.

그래서 술을 채우면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술독이 꿈쩍달싹하지 않고 땅에 착 달라붙게 되므로 著은 ‘붙다’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著陸(착륙) 著服(착복) 到著(도착) 接著(접착) 密著(밀착) 등 많다. 흔히 著을 着으로도 쓰는데 그것은 俗字(속자)다. 그러니까 癒著이란 병이 나아가면서 서로 달라붙는다는 뜻이다.

인체에서 腸管(장관)이나 氣道(기도) 등의 粘膜(점막) 腹膜(복막) 胸膜(흉막) 등의 漿膜(장막)은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가까이 있으면서도 서로 融合(융합)이 일어남이 없이 자유로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粘膜이나 漿膜에 결손이 생기거나 漿膜腔(장막강) 내에 異物質(이물질)이 들어가 炎症(염증)을 일으키게 되면 서로 접해 있던 면에 섬유소가 형성되면서 달라붙게 되는데 그것을 癒著이라고 한다.

癒著은 炎症을 국한시키려는 일종의 생리적 반응이지만 그것은 또한 병적인 결합상태이기도 하다. 癒著 때문에 자유로운 운동이 제한되거나 腸閉塞症(장폐색증)을 일으키는 수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달라붙지 말아야 할 부분이 달라붙게 되었으므로 癒著은 좋은 뜻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그동안 자주 들어왔던 말에 ‘政經癒著’이 있다. 권세를 쥔 政治人과 돈을 가진 經濟人이 손잡고 共生關係를 유지하는 것이다. 共生이란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에서 보듯 서로 필요성이 있을 때나 가능하다. 그러니까 도움을 주고받는 것인데 政(官)은 經(商人)을 통해 금전상의 이익을 노리고, 經은 돈으로 이권이나 庇護(비호)를 탐하는 것이다.

물론 癒著의 촉매는 뇌물(돈)이다. 그런 만큼 癒著은 개인의 건강에도 치명상을 줄 뿐만 아니라 국가나 사회까지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 癒著이란 말이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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