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정보의 만남' 규장각 특별전

  • 입력 2001년 10월 17일 18시 30분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의결혼식 과정을 기록한 '소현세자가례도감의궤'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의
결혼식 과정을 기록한
'소현세자가례도감의궤'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보고(寶庫)인 서울대 규장각(奎章閣). 이 규장각 소장품 중 가치가 높은 것들을 엄선해 선보이는 특별전 ‘예술과 정보의 만남’이 31일까지 규장각 1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학술적 가치와 예술성을 겸비한 고지도, 의궤(儀軌), 서예 회화 음악 전각 등 예술 관련자료 80여종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품의 특징은 기록물로서의 가치도 높지만 미적 감각이 뛰어나 예술품으로 평가받는 작품들. 정보를 활용하되 이를 예술적 차원으로 승화시켜 향유했던 선인들의 지혜와 낭만을 되새겨보자는 것이 이번 전시의 기획의도다.

전시품 중 고지도는 과거 세계와 지역의 모습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자료. 당시의 지리적 지식은 물론 종교적 믿음, 과학기술의 수준까지 엿볼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고지도는 천연색 물감을 사용해 그림처럼 제작함으로써 국토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청구도(靑邱圖)’ ‘동여도(東輿圖)’ 등 김정호의 지도를 비롯해 조선전도인 ‘팔도총도(八道總圖)’ ‘광여도(廣輿圖)’ 등이 전시된다. 또한 태조 이성계의 조상 무덤의 형국을 그린 풍수지도 ‘왕릉산도(王陵山圖)’, 옷소매에 넣을 수 있는 휴대용지도인 ‘동국지도(東國地圖)’ ‘동국도적(東國圖籍)’도 눈길을 끈다.

의궤는 국가에서 거행하는 주요 행사를 기록과 그림으로 정리한 보고서 형식의 책이다. 조선시대 기록문화가 얼마나 철저했는 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료다. 국왕의 혼인, 세자 책봉, 왕실의 장례, 궁궐의 건축, 실록의 편찬, 중국 사신의 영접 등 국가 행사에 관한 모든 정보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숙종의 장례에 관한 기록인 ‘숙종국장도감의궤(肅宗國葬都監儀軌)’,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의 결혼식 장면을 담은 ‘소현세자가례도감의궤(昭顯世子嘉禮都監儀軌)’, 고종의 초상화 제작과정을 기록한 ‘어진도사도감의궤(御眞圖寫都監儀軌)’, 중국 사신의 영접 상황을 기록한 ‘영접도감사제청의궤(迎接都監賜祭廳儀軌)’, 영조가 활쏘기를 베푼 후의 상황과 시상 과정을 기록한 ‘대사례의궤(大射禮儀軌)’ 등이 선보인다. 효종의 어필인 ‘영고어필(寧考御筆)’, 선조의 난초와 대나무 그림이 들어 있는 ‘열성어필(列聖御筆)’, 순조 재위 3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잔치의 음악 관련 내용을 기록한 ‘순조기축진찬의궤(純祖己丑進饌儀軌)’ 등의 예술 관련 자료도 좋은 볼거리다. 02-880-5671,5468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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